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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입주가 한참 지났는데도 불꺼진 단지가 수두룩해요. 건설사들이 왜 부도 나는지 아세요. 이렇게 미입주 물량이 쌓이면 자금 회수를 못해 넘어가는 겁니다.”(중견 건설업체 관계자)
건설업계가 아파트 미분양 대란에 이어 ‘미입주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이 13만가구를 넘어서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만도 2만가구에 육박하는 가운데 최근 준공된 새 아파트의 미입주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어 건설사들이 사면초가다. 미입주는 건설사가 정한 입주기간(통상 준공 후 2개월)을 넘겨까지 입주하지 않아 빈 집인 상태를 말한다.
■미입주, 건설사엔 치명타
건설사들은 미입주를 미분양보다 더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파트 건설에 이미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전체 분양대금의 40∼60%에 해당하는 잔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 건설사들이 입주예정자에게 중도금 중 상당 부분을 금융기관에 융자 알선하면서 지급보증을 서기 때문에 입주예정자가 제때 입주하지 않을 경우 중도금에 대한 융자금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융자금을 건설사가 상환해야 되기 때문에 자금 압박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건설사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분양시장이 침체되자 아파트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금융권에 지급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직접 대출을 일으켜 입주자들에게 대출해주는 형식으로 중도금(60%)을 이자 후불제나 무이자 융자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준공된 뒤 정해진 입주기간 내에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못할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시공 비용을 충당하고 준공 후엔 입주예정자들의 중도금 대출까지 대신 상환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총 사업비가 3000억원(1000가구) 규모인 아파트단지에서 입주 기간이 지났는데도 60%가 제 기간 내 입주를 못하면 건설사는 그동안 투입한 시공비와 미입주 가구에 대한 중도금, 잔금까지 합해 금융권에 총 사업비보다도 많은 4000억원의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이런 기막힌 상황이 지방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미입주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대부분 강력한 대출 규제와 양도세 부담 등으로 거래시장이 마비돼 기존에 살던 집을 팔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내고 입주할 때까지 기다리느니 차라리 계약 해지를 하고 다시 파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 대개가 갈아 타기나 투자 수요가 많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많다”면서 “해지 절차를 거쳐 위약금을 받아봤자 금융알선 비용과 새로 투입해야 되는 마케팅 비용도 안 나와 건설사로서는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5조원 이상 자금 묶여 업체 발동동
한마디로 건설사 입장에서 미입주는 삼중, 사중의 부담을 안게 돼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다.
건설업계는 준공 후 미분양(약 2만가구)을 포함해 미입주 물량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5만가구에 이르고 이에 따른 자금만 5조원 이상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에 묶인 돈만 6조원에 달하고 미입주에 따른 미회수 자금 5조원을 합치하면 대략 11조원 이상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