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오늘날 반딧불이는 청정 무공해의 대명사다. 친환경의 보증수표가 반딧불이다. 반딧불이 하면 무주다. 친환경 생태고을로 해마다 축제를 치르며 무주군의 성가를 드높인다. 각종 오염으로 찌든 공해완 대조적이다. 척박한 도시와 쾌적한 시골의 차가 반딧불이 생존 유무로 판별한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가 반딧불이를 상표화해 자기 고장의 위상을 떨치려고 시도했으나, 반딧불이는 무주군의 고유 상징으로 정착되는 추세다. 무주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반딧불이란 상표명으로 전국 각지 소비자에게 믿음을 준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고 한다. 이름 자체서 도도함보단 속물성이 짙게 배였다. 하나 개똥벌레는 친근감이 물씬 풍긴다. 갖고 놀만한 장난감이 절대 부족한 시대라 자연 속에 놀 것을 찾았다. 시골 아이들에게 반딧불이는 노리갯감으로 안성맞춤이다. 50년대 코흘리개 때나 60년대 중․고교 시절 여름 밤하늘을 개똥벌레가 수놓았다. 남새밭 옥수숫대 주위서 손으로 잡기도 많이 잡았다. 螢雪之功은 알지도 못 하면서 반딧불이 여러 마리를 잡아서 병속에 담기도 했다. 밝은 불빛에 희희낙락거리며 개구쟁이 때가 머리에 맴돈다. 추억의 저편이 새삼 그립다. 어디 그뿐이랴. 상수리나무엔 풍뎅이․ 집게벌레․ 왕벌이 참나무 수액을 빨며 공존했다. 윙윙거리며 공포감을 주는 벌을 피해 풍뎅이를 마구 잡았다. 집게벌레를 요행히 잡으면 귀중한 보물이아 획득한 거처럼 어깨가 들썩이었다. 또래에게 자랑하기 바뻤다. 비록 미물이지만 생명을 존중하거나 죄책감이나 연민의 마음도 없이 풍뎅이 다리를 댕강 끊고, 빙빙 돌리며 노래 부르며 놀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다. 여름철엔 뒷산에서 풍뎅이 잡는 재미에 푹 빠졌다. 무공해 시절인 5․60년대 우리가 사는 군산 교외도 반딧불이가 지천이었다. 40대 이상의 사람에게는 반딧불이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당국은 생태계 복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실현은 요원하다. 환경보단 성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살자 외치면서, 잘 먹기에 방점을 찍고 잘 살기엔 등한시한다. 날로 악화되는 환경 공해에 우리가 설 땅이 어딘가 자문자답한다.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1회용품의 잔해가 환경지수를 웅변한다. 후손한테 빌려 사용하는 이 땅. 먼 훗날 20세기 후반기와 21세기 초반에 산 조상님들 때문에 환경이 엉망진창이라고 푸념을 뇌까릴 때 우린 지하서 무어라 답해야 할까? 소비를 줄이고 1회용품을 자제해야 된다. 우리 욕심이 후손에게 설 땅을 송두리째 빼앗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올 9월의 늦더위는 유난하다. 비는 안 오고 짜증만 나고 불쾌지수만 더 한다. 때는 놓칠 수 없다고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아내는 철에 맞게 밭에다 배추를 심는다. 가뭄이라 지극 정성으로 배추에 물을 뿌린다. 한 포기 배추라도 알뜰살뜰 가꾸기 위해서다. 농촌이란 시간 제약이 없다. 밤 8시가 넘어 물을 뿌리며 우리 부부는 환호했다. 외롭게 나는 불빛 때문이다. 저게 바로 반딧불이다. 아니 살가운 개똥벌레다. 40 성상 여 만에 보는 불빛이다. 믿기지가 안는다. 하나 분명 개똥벌레다. 이 날이 9월 19일 금요일이다. 이후 밤마다 밭과 집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 군산시가 지속적으로 오염 예방에 힘쓴다면 환경 정화를 통해서 생태계가 복원이 되리라는 희망의 전령사다. 다시 말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잘 먹기 위한 산업 발전으로 서해안 시대 웅비의 주축도시로. 잘 살기 위한 생태계 복원을 통해 멸종된 종이 다시 사는 자연으로 환골탈태한 군산이길 두 손 모아 빕니다.
반갑다 반딧불이여! 고맙다 반딧불이여! 힘껏 외치며 사람 살기에 최적인 군산시로 우뚝 설 것을 고대하며, 고운 꿈을 접할 수 있어 행복의 나래에 푹 빠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