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기나긴 인생역정(人生歷程)의 한고비가 되는 수학능력고사가 끝났다.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12년간 쌓아왔던 학업성취도를 수능 ‘한방’으로 결정짓는 다는 것은 큰 모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은 어차피 경쟁이고 경쟁을 결정하는 과정마다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만은 없다.
 

 수험생들의 바람직한 자세

 고3생들은 수능이 끝난 이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자세로 조용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만도 실망도 해서는 안 된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 음주 등 1회용 방책을 남용해서는 생활리듬을 깨고 몸만 망치는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다.

 가장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 음악감상 등 건전한 방법을 통해서 정신과 몸을 동시에 수련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수능점수가 나쁘다고 낙망 할 이유는 없다.

 모든 일에는 흔히 역전(逆轉)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행복 지수는 학력(學歷)이 아닌 능력(能力)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데 수능고사 점수는 능력도 학력도 아니다.

 잠시 동안의 능력 표현일 뿐이다.  천부적인 소질이나 능력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표출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된다. 설혹 점수관리가 잘 안 되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나는 강한 사람”이라는 내부적인 추진력을 앞세우고 과감히 재도전하면 된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아온 필자가 돌이켜보면 긴 인생여정을 고려할 때 1, 2년 쯤 늦게 출발 하는 것이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나의 입시 경험



 여기에서 혹 수험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필자의 과거를 들춰보려한다.
 대학입시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이다.

 나는 고3때, 학력이 비교적 상위 쪽이었다. 하지만 함부로 내세울 정도는 못되었다.
 당시는 먹고 살기 버거웠던 시대라서 입시정보도 허술했지만 학교입시 지도체제는 더욱 허술했다.

 척척박사 같이 영리했던 내 형님(당시 명문대학 일류학과 재학 중)이 가장 믿고픈 조언자였다. 그는 내 학력을 막연히 믿고서 장래가 촉망된다는 대학을 지원토록 조언해주었다. 결과는 물론 낙방.

 재수는 필수라고 흔히들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때까지 철부지였던 내게 낙방이라는 큰 벽은 당하고보니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세상을 대할 용기가 없었다. 내 인생이 처참하게 풍비박산 되는 것 같았다.

 집안 여건상 재수는 생각할 수도 없이 당장 논에 나가 농사를 지어야 할 형편이었다.
 식사를 몇 끼씩 걸러뛰거나 아니면 논에서 온종일 홀로 서성대면서 마음 고통을 다스리다보니 마음도 몸도 점차 쇠약해져갔다.

 이때 나를 구제한 분은 출가하신 누님이었다.
형편도 넉넉지 못한 처지에서 당시 수년간의 각 대학별 본고사 문제지와 이에 대한 종합 분석책자 등을 보내주시면서 “단 한 번의 실패로써 너의 장래를 결정 진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너의 능력을 믿는다. 다시 일어서거라”라는 격려의 말씀을 동봉하셨다.

 나는 농사일을 대략 끝내고서 골방에 들어앉았다. 취침시간 3시간, 식사 15분, 시사를 알리는 신문구독 20분 등 하루 24시간의 일정표를 꽉 짜서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그대로 실천해나갔다. 이 같은 생활로 7개월을 보냈다. 드디어 재수를 마감하는 다음해 입시를 맞았다.

사범대학을 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퇴직이후에 지금도 복지관에서 여러모로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지만 봉사 직을 선택하고 싶었다. 교사는 봉사 직이다.

제자를 사랑 하고 그들을 즐겁게 깨우쳐주는 실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둘째로 나는 소심하여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고 말도 잘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멋지게 말씀을 잘 하시는 선생님이 한없이 부러웠다.

셋째로는 어려운 가정형편인지라 국고보조가 많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되는 사범대학을 택하면 부모님 부담을 그만큼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드디어 입시 날이 왔다. 시험지를 받았다. 실패를 맛본 백전노장이었던 나는 차분해질 수가 있었다. 문제들 하나하나가 모두 몇 번씩이나 다뤄본듯한 것들이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수석합격을 했다.
 

 각 학교의 수능생들을 위한 대책 수립

 이들 수험생들을 내보내는 각 고등학교나 학부모들은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다.

 먼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 격려해주어야 한다. 또 수능성적, 내신성적, 학생의 소질 등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들의 능력과 소질에 부합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도록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수시와 정시 논술준비도 해야 한다. 신문 등을 통하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시사문제와 삶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고찰을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 연습을 시켜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이미 발표한 우수 논술문을 익히게 할 필요도 있다. 글쓰기 능력은 모방과 연습을 통해서 신장된다고 한다. 

 행여 재수를 희망하는 자가 나오면 끝까지 친절을 다하는 ‘추수지도’를 해야 한다.
 또 입학때까지 3개월 여 공백 기간을 활용해서 각자 장래 개인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특기신장과 취미활동 등을 틈틈이 안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소위 “이태백 시대”라는 풍자어가 있다. 20대 대부분이 백수라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84%에 달한다.

 우리의 사회구조상 있을 수 없는 수치다. 이에 비하여 일본은 50%가 넘지 않는다. 개인의 미래를 생각지 않는 진학지도는 인력과 자원낭비이며, 가정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함과 동시에 한 인생을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모는 짓이 될 수가 있다. 학생의 적성과 희망에 구심점을 둔 주도면밀한 진학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