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군산고등학교 강당에서 200여명 동문들의 성원 속에 군산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에 서원석(82세) 성원제강 이사장이 취임하였다.

신임 서원석 총동창회장은 취임사에서 ‘80이 넘은 나이에 천학비재(淺學菲才)에다가 열심히 일하는 재주밖에 없는 몸인지라 이 같은 대업을 이어받게 된 것이 두렵다’고 전제하면서 앞으로 동문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모교의 명예와 전통을 잇고, 후학 육성에 정성을 모아 일조하겠음을 피력하였다.

서원석 회장의 뜻에 따라 호텔 등 화려한 장소가 아닌 모교에서 선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촐하게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검소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신년하례회와 이․ 취임식을 거행한 총동창회측은 절감된 행사비를 모아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 후배들의 급식비로 전달함으로써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2천만 원을 기탁하였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취임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97명의 동문 후배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옛 교정, 충경원(忠敬苑)의 학도병추모탑으로 달려가 참배를 올렸다.

 나를 대신해서 국가와 민족을 지키다가 가신 분들의 은덕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서원석 회장이 이제 편안히 쉬셔야 할 연세인데도 동문들의 열화 같은 총동창회장으로서의 추대를 받게 된 데는 많은 사연들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긍휼의 달인으로서 후학들의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시절(군산고 23회) 돈이 없어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를 하면서 학업을 지속하였고, 맨몸으로 상경하여 새끼 손가락마디를 잘라가며 작심을 해서 돈을 모았다.

 돈을 모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 인연을 쌓았던 태생지 김제, 성장지 군산, 거주지 서울, 포항 등 전국을 누비면서 노인들에게는 경로당 건립과 위로잔치, 어린 후예들에게는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효부, 효행상과 장학금을 수여함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에게 개안시술을 지원함으로써 지금까지 900여명에게 광명을 되찾아주었다.

 효행사업을 영구히 지속시키기 위하여 1999년에 사재를 출연해서 사회복지법인 현죽 재단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나라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하였다.

서원석 회장은 사회적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몸소 실천하고, 가정적으로는 수신제가(修身齊家)하였다.

자녀교육에도 성공을 이뤘으니 1녀는 세계적 피아니스트에 서울음대교수, 2녀는 하바드 음대 교수, 3녀는 줄리아 대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린이스트, 두 아들들은 모두가 서울대와 보스턴 대학을 나와 역시 국내외에서 사업을 경영하면서 아버지의 긍휼사업을 열심히 돕는 효자들이다.

또 그는 평소 선조들의 슬기와 얼이 스며있는 고 미술품을 취미삼아 수집하여 오던 차, 이를 바탕으로 하여 선릉역 부근에 현죽 고미술관을 개설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관람을 권장하고 있다. 

이제 이룰 것은 다 이루고서도 근검절약하는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가히 청교도적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50년째 경영일선을 누비고 있으며, 일에 쫓기다보면 점심은 자장면에다가 옷가지나 신발은 1만원 넘는 것이 거의 없다.

 맏딸인 세계적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는 국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2회나 대상을 받고서야 비로소 유학을 허락받을 수가 있었다.

 이처럼 자신과 가족에게는 크게 절약하면서도 배품에는 아낌이 없는 것이 그의 생활신조다. 

그는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고 모두 내 돈이 아니다. 하나님이 이웃과 같이 쓰라고 주신 것인데 내 가족끼리만 쓰면 안 되지요. 내가 덜 쓰면 그만큼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가 있다”고 하면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일에 대한 부풀린 평가를 천부적인 겸손으로 사양하였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듯이, 이날의 행사에서 그의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가 엿보였고 능력과 더불어 따뜻한 덕망이 풍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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