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산의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희망’을 얘기한다. 그 희망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역시 경제이고, 그런 경제가 강조되면 당연히 현대중공업 등 기업의 유치, 새만금을 통한 관광과 산업발전, 공업용지의 부족, 인구의 증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한 도시의 성장을 거론할 때, 경제만이 강조되면 결국 절름발이 도시밖에는 될 수 없다. 그런 예는 미국의 자동차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시를 위시해서 국내외 사례는 즐비하다. 가장 이상적인 도시는 경제와 문화, 육체적 생존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더불어 추구할 수 있는 도시형태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모든 것은 조화와 균형의 절묘한 합치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매일 대하는 밥상에서 출발한다. 그 밥상에 단지 하얀 쌀밥만 있다고 생각해보라. 밥이 제대로 들어가겠는가, 그렇다고 몸이 건강해지겠는가. 모름지기 밥상에는 주식인 밥(거기에 보리, 수수가 섞인 잡곡밥이면 더욱 좋을 듯)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삶은 돼지고기, 된장국, 김 등 고루고루 있어야 풍성한 밥상이 되고, 밥이 잘 넘어가 결국 결점이 없는 영양의 섭취로 우리의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 거기에 가족의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첨가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의 군산’ 못지않게 강조되어야 할 슬로건이 있다면 ‘산책의 도시’ 군산이다. 전국 어디를 가봐도 군산만큼 산책하기 좋은 곳이 없다. 월명공원을 둘러보라. 오를 수 있는 산책로가 월명, 나운, 소룡 등 군산전역에 걸쳐 손을 내밀고 있어 언제 어디서건 아름다운 월명공원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삼일탑과 월명호수를 잇는 아주 편안한 코스에서부터 수시탑을 오가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코스, 점방산을 올라가는 난이도가 있는 코스 등이 자기 형편에 맞게 얼마든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그 뿐이랴, 은파공원을 둘러보라. 사시시철 하얀 호수가 펼쳐져 있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나면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은가.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과 함께, 가을이면 낙엽과 함께, 낮이면 청명한 날씨와 함께, 밤이면 아름답게 펼쳐진 물빛다리와 함께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거닐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를 알 수가 없다.

 또 그 뿐이랴,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하구둑 근처에 정돈된 산책로는 해설피 저녁무렵에 가보라.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그런 풍광을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름철 시원한 갯바람을 맞으며 오순도순 산책하는 즐거움이란 군산이 아니면 감히 맛볼 수 없는 천혜의 장소가 아니런가. 그 외 구암동의 장군봉, 최근 개방된 옥산저수지 등 그 산책로를 소개하기에는 할당된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미래의 도시형태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는 자연과 함께 사는 ‘Slow city' 개념을 가진 도시이다. 지금 군산에서 강조되고 있는 ’Fast city'개념만으로는 군산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없다. 햄버거와 같은 fast food처럼 살은 찔지 몰라도 결코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살기는 편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살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추구하는 Fast city와 정신을 추구하는 Slow city개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산업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런 산업도시 못지않게 자연의 혜택과 환경을 갖고 있는 군산으로서는 ‘Slow city'의 핵심적인 콘텐츠인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산책‘을 놓쳐서는 안 될 요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산을 ‘산책의 도시’임을 만방에 서둘러 공표함을 제언하고 싶다. 그런 공표를 통해서 경제와 문화, 육체와 정신가 어우러지는 도시임이 부각되고 그런 조화된 도시의 모습을 그리며 군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군산에 와 살고 싶은 사람들은 그 주저함이 크게 해소될 것이다. 「산책의 도시, 군산」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큼해면서 군산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번 가보고 싶은 호기심 어린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