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체 출발 전 기념촬영
오늘은 휴식은 1분씩이다.
중도탈락자가 생기면 그대로 간다.
오늘 정상에 간다.
등반한지 10일째 되는 날 이정판 대장은 칼라파타르를 눈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낙오자는 그대로 두고 간다는 이 대장의 말에 모든 대원은 긴장감에 쌓였다.
칼라파타르가 바로 저기인데...
죽을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낙오자를 두고 간다니...
간단명료한 이 대장을 말이 끝나게 무섭게 우리는 로부체를 뒤로 하고 고지를 향했다.
7시에 로부체를 출발해 대원들은 정상의 마지막 관문인 고랍셉을 향했다.
고랍셉을 가기 위해서는 빙하지대를 지나야 한다. 빙하지대는 말처럼 얼음으로 된 곳이 아니라 자갈밭이다. 자갈밭 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울퉁불퉁한 바위산이라고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다리가 불편한 대원들은 이 놈 자갈밭이 빙산보다 더 불편할 것이다.
한발 한발 밀어주고 당겨주다 보니 차가운 땀으로 등이 젖어 온다.
호흡이 어제보다 더 가파르다.
숨을 몰아쉬고 옆을 보니 고산병 연구소 안내판이 보인다.
드디어 우리가 해발 5,000m고지를 넘어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더 숨이 차오는 것 같다.
해발 5,000m 가 넘으면 헬기도 뜨지 않는다고 한다. 공기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소마레로 가는길
여기서부터 낙오되거나 부상당하면 정말 큰일 난다. 헬기도 없는데 온전히 사람 힘으로 부상자를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찔하다.
호흡곤란 탓인지, 낙오 되면 혼자된다는 생각 때문이지 대원들은 말이 없다.
정신없이 불어 대는 세찬 바람에 그저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다.
대원중 누군가가 저게 푸모리 봉우리인가? 라고 소리 친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대원 목소리에 먼 곳을 바라보니 구름 사이로 살포시 푸모리 봉우리가 보인다.
저멀리 푸모리봉 아래로 칼라파타르(5.545m) 정상이 보인다.
아 이제 좀만 가면 정상인가 보다. 대원들은 맞아 맞아 소리친다.
푸모리 봉우리를 생전 처음 보면서도 대원들은 마치 고향 산천이라도 본 듯이 푸모리 봉우리가 맞다 고 소리친다.
푸모리 봉우리가 보이면 이제 정상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
대원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길을 재촉 했다.
우린 남원우 안진섭 추모비에서 쉬기로 했다.
남원우 안진섭 대원은 지난 93년 이곳에서 등반중 사고로 숨진 산악인이다.
대원들은 추모비 앞에서 묵념을 했다.
그대 더 높은 눈으로
더 높은 산을
산위에서 바라보기위해 함께 왔던 악우 남원우, 안진섭
여기 히말라야의 하늘에 맑은 영혼으로 남다.
묵념을 하는 순간에 나도 이럴수 있겠군아.
우리 대원중 누군가도 이럴 수 있겠군아
아침에 이정대 대장이 한 말이 떠 오른다.
낙오자가 생기면 그대로 두고 간다.
칼라파타르가 바라다 보인다
이정대 대장이 한 말을 생각이 나자 겁이 났다.
혹시라도 내가 낙오자가 되면 이름 모를 잡초와 돌맹이 뿐인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묵념과 휴식을 마치고 우린 급경사가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목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면서 천천히 오르막 언덕길을 올라간다.
어떤 시인이 외쳤던가 ? ‘고지가 바로 저곳이다‘ 우리는 정말 죽을힘을 다 해 밀고 당기고
한발 한발 고지를 향했다.
오르막길 언덕을 올라서니 장관이 펼쳐진다.
손만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 있는 푸로리, 눕체, 그리고 쿰부히말라야의 이름모를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추모비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육체적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상쾌하다. 멎진 말 한 번 해 보자 “ 오로지 이곳에 올라 온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대원들은 피로를 한 순간에 씻어 버리고 마지막 관문인 고랍셉에 도착했다.
고락셉은 주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숙소를 정하고 바로 점심식사와 차를 한잔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드디어 정상 정복이다.
대원들은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정상 정복에 필요한 최소 장비만 갖추고 검은 바위라는 이름의 칼라파타르'(Kala Pattar 5,545m)를 향해 출발했다.
몸은 뜨거운 온천에서 나온 것처럼 가벼웠다.
정말 이제 마지막이다.
고지가 바로 저곳이다.
다음호에 계속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