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쌈삐리리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셀파들
산이 있어 오른다.
등산가 조지 말로리가 한 명언이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명언중 하나이다.
조지말로리의 이 말은 등산에 대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지만 아마도 등산중에는 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편안했을 때 한 말일 것이다.
산이 있어 오른다는 말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니다.
말 그대로 멎진 말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어울리는 말은 ‘죽을지경이다’가 어울린다.
고랍셉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정상을 정복한다는 설레임도 잠시뿐.......
밀려오는 피로감은 어쩔 수 없다.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본 칼라파타르는 HD TV처럼 선명하게 보였으나 지금은 흐릿할 뿐이다.
올라 갈수록 경사가 심하다.
칼라파타르는 고산지대라 산소도 부족하다.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고랍셉을 출발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신이 허락한 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은 뻥은 아닌 것 같다.
죽을 지경이다......
갑자기 짚은 안개와 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지칠대로 지친 대원들은 밀려오는 안개와 구름의 의미를 생각할 여유도 없다.
이제 말도 없다. 침묵의 행진만이 있을 뿐이다.
하긴 말을 해도 바람소리 때문에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 가를 알게 하는 순간이다.
네팔 한국대사관 방문.
갑자기 김현수 대원이 쓰러진다.
고지가 바로 저곳인데 김 현수 대원은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고 한다.
모두들 김현수 대원을 쳐다본다. 김현수 대원은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대원들은 김현수 대원을 바리(바구니)에 태우고 행진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고지가 바로 저곳인데 동료를 놓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낙오자는 놓고 간다고 호언장담을 한 이정판 대장이 나섰다.
이정판 대장은 “11일간 이어진 일정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조금만 힘을 내자, 내려서 자기 스스로 걸어서 올라가자” 며 설득했다.
정말로 좀만 가면 정상인데.
지금까지 혼자 걸어 왔는데.
여기서 들것으로 올라가면 아깝다. 정말 아깝다.
결국 10m도 못가서 김현수 대원은 바리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휴 다행이다. 솔직히 다행이다. 내 몸도 끌고 가기 힘든데 .......
정상에 가까워지자 이정판 대장은 대원들에게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말 그대로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대원들은 정상을 향했다.
신이여! 당신의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우리 대원들은 자신이 믿는 신에게 빌면서 정상을 향해 다가섰다.
세찬 바람 사이로 누군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상이다! 정상이다!
눈물이 난다. 안개와 바람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던 대원들의 얼굴이 선명하다.
이정판, 김현수, 전기수, 배형원, 김종백, 채수현, 나기택, 김종숙, 박우순, 한대은, 김용우, 김정석, 박용대, 박채금, 박형규, 신동준, 신이섭, 정종호, 차성모, 최규화 김정원.
2009년 5월17일 오후 3시35분.
우리는 신으로부터 칼라파타르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칼라파타르 정상 등극 후 기념촬영 장면.
군산시산악연맹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히말라야 희망원정대 22명 전원은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신이 허락한 칼라파타르 정상에 올라섰다.
우리 지금 쿰부 히말라야의 거대한 파노라마의 한가운데 서있는 것이다.
동료를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며 죽을 지경을 극복하고 온 대원들에게 신은 축하선물을 줬다.
히말라야 극지(極地)의 강풍이 몰아치는 정상에서 쬐는 강열한 태양.
시시각각 변하는 에베레스트, 눕체, 촐라체, 탐세루크, 아마다블람 등등
대원들은 신이 창조한 거대한 피조물 앞에 당당하게 대좌를 했다.
힘이 없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아닌 당당한 신의 피조물로서 ......
대원들은 찰나의 환희와 영원한 추억을 신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22명의 대원들은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 주면서 자축파티를 했다.
이 순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군산시, 전라북도, 한국서부발전, 강봉균 국회의원, 군산대학교, 군산교육청, 궁전꽃게장, 금호환경, 하이트맥주, 군산의료원, 이마트, 코오롱스포츠군산점, 신용수산, 조영보 변호사, 크로거다일 등 이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지면에서 또 해야겠다.
또한 이번 등정을 위해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군산시산악연맹 가맹 산악단체 회원들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아마다블람에서 촐라체, 타보체 조망
사실 대원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육체적인 것도 물론 힘들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더욱 힘들었다.
여기가 부산이나 제주도 인가? 군산에서 수 억만리 떨어진 히말라야가 아닌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경비를 부담해 준 모든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드린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할 순간이다.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기 때문에 잘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군산미래신문 독자들에게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에 대해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졸필이다.
나의 한계 때문에 칼라파타르 등산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칼라파타르는 전문 산악인에게도 난코스이다. 정상에 올라 선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곳에 다다르기 까지 수많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신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봐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많은 죽을 지경을 넘어 선자만이 칼라파타르를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칼라파타르에서 겸손을 배웠고 한계를 극복했다. 끝.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