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가 전개되면 지방도시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된다”

 지역발전연구의 권위자인 런던 정경대(LSE)의 로버트 레오나르디 교수가 10여 년전부터 저서와 논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주장이다.

 세계화가 이뤄지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중앙도시(수도)와 지방도시간의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당시에 그의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의 주장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지방도시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중앙도시는 물론이고 해외의 대도시와도 경쟁해야 한다. 인적물적자원이 빈약한 지방도시로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이런 시대를 맞아 한국의 일부 지방도시들이 채택한 전략이 도시 특성화이다.

 지방도시 고유의 특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개발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행정구역 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만발하고 있다. 마치 짝짓기철을 맞이한 동물들이 짝을 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느 지자체들은 끼리끼리 모여 통합을 결의하지만 어느 지자체는 앞뒤 안가리고 돌진하는 동물처럼 일방적으로 열 지자체의 통합을 선언하기도 한다. 인기있는 지역은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으면서 목을 잔뜩 치켜 올리고 있다.

 또 어느곳은 시장∙군수는 좋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영 납득하지 않은 분위기다.

 ‘사랑의 방정식’ 풀기가 그리 만만한가. 중매쟁이 격인 행정안전부는 수백억원짜리 혼수를 준비해 놓고 짝짓기에 성공한 짝에게는 푸짐한 선물을 주겠다지만 쉽사리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의지를 밝히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는 자율적인 행정구역 개편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주관부처라 할 수 있는 행안부 고위 관료들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하룻밤을 자고 나면 이곳저곳에서 통합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자치단체장에게는 절대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앞으로야 어찌됐든 통합을 발표하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내년 6월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듯하다. 정치인의 속성은 ‘자신의 부음기사’만 빼고 무엇이든 언론에 보도되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또 이미 3연임을 한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통합만 된다면 개편된 행정구역에서 또 다시 새로운 1선을 위해 출마할 수 있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자치단체장의 이런저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 개편 당위성은 충분하다. 현행 행정자치체제는 너무 낡아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자립기반이 약화되고 있으며, 도시지역은 땅이 부족해서 새로운 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광역교통망, 도시계획, 환경, 자연보전계획 등 광역적인 도시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인구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 행정의 비효율도 심각하다.

 경북 영양군의 경우 인구 1000명당 공무원이 24명인 반면 인천 부평구는 1.5명에 불과하다. 도농간 격차를 인정하더라도 너무 심하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시 지역 공무원은 평균 5.3명, 군 지역은 12.8명이다. 자치단체간 소모적인 예산낭비는 어떤가. 임기 내 업적을 쌓기 위해 청사, 공설운동장, 문화회관, 각종 불필요한 축제 등에 세금을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화장장, 하수처리장 등 님비시설은 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설치를 꺼리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당위성이 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주민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행정체계 개편은 고차원의 방정식이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몇몇의 이해관계에 따른 개편논의는 배격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자치를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행정체계 개편의 틀을 짜야 한다. 개인간의 결혼도 양가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난관에 봉착하고 심지어 파경에 이르지 않는가. 통합대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윈-윈’ 할 수 있는 통합모델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