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아름다움을 염원하면서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탓인지 아니면 한국이 많은 변화속에서 인심이 각박해져서 인지 군산 지역사회를 살다보면 과거 한국의 옛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안타까움과 그리움 속에서 다시 옛 우리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을 갖고 이 글을 써본다.

영국의 선교사들은 한때 우리 나라를 일컬어 노후 사회복지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나라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효심이 지극한 나라여서 그랬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효는 그야말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서울 사는 며느리가 시간 없음을 이유로 시골 노인병원에서 숨을 거둔 시어머니 시신을 화장한 후 택배로 보내달라 한다는 씁쓸하고 기막힌 농담이 나왔을까?

이렇게 인정과 효심이 희박해진 우리 고국의 현실을 보면서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평소 생활하면서 쉽게 보고 느끼는 안타까운 광경을 사례로 들어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80세 노인이 ‘같이좀 가요’ 하여도 그냥 못들은 체 스윽 올라가버리는 고교생들의 뒷모습들.....

또 천식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택시 기사에게 차 창문을 닫아달라고 하면 ‘덥고 답답한데 왜 차창 문을 닫아요? 시원하게 열어놓고 달려야죠’ 하며 할머니의 의사는 묵살한 채 마구 운전만 해대는 기사들.

‘신종플루에 감염도 무섭고, 연휴도 짧아 시골에 못내려가니 어머님 혼자 추석명절을 지내세요’ 이렇게 차갑게 말하는 아들 며느리들.

이러한 속 마음을 모른 채 부모는 혹시나 내려오려나 하는 기대감속에서 며느리, 손주를 주려고 송편 빚고 부침개까지 만들었건만 차가운 한마디에 순간 기대는 아쉬움으로 바뀐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 이렇게 자기만 아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효는 어디에 갇혀버리고, 어떻게 한국이 자기만 알고 부모와 노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되었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일본에서 비오는 날 택시 탈 때의 일이 기억난다.

택시기사가 우산을 펴들고 ‘이리 오십시오’ 하며 차문을 열어주고, ‘조심히 타십시오’ 하며 깎듯이 말을 건넨 후 승차후에는 사고방지를 위해서 차문을 잠그는 것을 봤다.
차문이 열리지 못하게 안전을 살피고 운행하는 배려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또 일본호텔에 투숙했을 때 일이다.
얼음이 필요해 있는 곳을 물으니 ‘이리로 오세요’ 하며 안내를 해주고, ‘오신곳 까지 다시 되돌아 가실 수 있으세요?’ 라고 묻는 것이었다.

‘글쎄요’ 라는 내 말에 그 호텔 직원은 다시 내 호텔방 앞까지 바래다주고 갔다.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는 길을 몰라 물어 본 후 가리켜 준 대로 가지 않고 잘 못가자 미국인이 다시 내게 돌아와 더욱 상세하게 길안내를 해주던 기억도 떠오른다.

물론 미국인과 우리의 문화는 다르다.
또 우리가 미국만 못하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그들의 긍정적인 문화를 우리 한국에서, 아니 우리 군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과거 미풍양속과 삼강오륜, 예와 효 사상을 중요하게 여겨온 선조들의 후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편의에 따라 효의 기준이 오락가락하고, 목소리가 커야 들어주고, 작은 소리로 점잖으면 무시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아름다운 사회는 남을 생각하고, 남을 위해 한치만 양보하는 우리 저마다의 노력이 가미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얼마전 군산미래신문에서 개인 재산을 이용하면서 효를 실천하고 중고등학생들에게 효행장학금을 주고 있는 한 출향인의 글을 읽고 감동이 컸다.

밝고 아름다운 사회는 유능한 정치인이나 나라에서 만들어 주기 보다는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의 미덕과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미국이나 일본 보다 좋은 것들은 그 우수성을 계속 키워나가고, 그 나라 국민들의 남을 배려하고, 노인들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내일의 숙제로 알고 노력을 배가하여야 한다고 본다.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
그 사회가 정녕 아름답고 희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군산은 효와 배려가 살아 숨쉬는 예쁜 패러다임의 사회 속에서 노인에 대한 공경심과 효심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