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봉사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가 근간 몸이 좀 불편하여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환자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 링거 주사를 꽂고 있어보니 건강한 몸으로 봉사를 하던 예전 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고 부러웠는지 두고두고 마음 한 켠에 자리 잡는다.

남을 위해 베풀고 좋은 일을 하는 것도 건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작은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봉사를 받는 것 보다 봉사하는 그 아름다움이 더없이 행복하고 뿌듯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이 글을 펼쳐본다.

학생이든, 젊은이든, 중년이든 간에 자신이 건강할 때 마음껏 보람있는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삶의 최대 축복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의 시간임을 일깨워 주고 싶다.

몸이 아프면 제 아무리 봉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내 코가 석자’라는 옛말처럼 내 한 몸 추스르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남을 위하고 배려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자녀들에게 ‘공부도 때가 있다’며 학창시절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 없이 채근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몸이 좋지 않아 병원생활을 해보니 그동안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온 봉사생활이야말로 세상이 건강과 함께 내게 준 가장 값비싼 선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건강지수가 떨어지면 제아무리 봉사를 하고 싶어도 마음에 그칠 뿐 남을 헤아릴 진정한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부도 학창시절에 적정 시기가 있듯이 남을 위한 봉사 역시 내 육신이 젊고 건강할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존귀한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

그릇이 작으면 작게 살고 그릇이 크면 큰 마음으로 살듯이 육신이 건강할 때 세상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실천하라고 권하고 싶다.

언제인가 노인병원으로 봉사를 나갔을 때 겨우 60세 쯤의 환자가 봉사하러간 내게 "자네가 부럽네" 라고 작게 말하던 그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선하다.

그때는 그 말을 가벼이 넘겼는데 내가 막상 병원 생활을 해보니 건강한 심신으로 정열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없이 부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자식이 뒤늦은 효도를 하려고 해도 나이 드신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듯이, 세상 풍파에 찌들어 살다가 뒤늦게 마음 고쳐 먹고 남을 위해 봉사를 하려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정신과 육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게 됨을 알게 된다.

아쉽게도 이 때는 나 외에 주변을 돌아볼 여력도, 의지도 희미해지기 때문에 봉사는 그냥 산넘어 불구경 하는 선에서 그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봉사란 정말 건강할 때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작고 작은 일이라도 한번 해본다는 그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병원에 누워 남으로부터 진정어린 봉사를 받아보니 봉사자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봉사자의 모습 못지 않게 과거 봉사에 열중했던 내 모습들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가 그 당시의 행복과 보람으로 마음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병실에 있어보니 병원 생활이 얼마나 집을 그립게 하고, 불친절한 병원 직원들을 볼 때 아직도 우리 사회가 괴로움에 시달리는 환자의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를 위해 맹목적인 봉사를 실천하고 따스하게 두 손을 꼭 잡아준다면 외로움과 병마와의 싸움에 지친 환자는 마음속에 큰 희망을 품게 되리라 확신한다.

인연지사(因緣之事)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사람을 만나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인데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진정한 봉사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인간관계의 싹을 틔울 수 있고,  젊어서 행한 봉사는 내가 노쇠할 때 또다른 봉사의 축복을 만끽하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씁쓸한 세태속에서 아름다운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모두 이제부터라도 인연지사의 마음으로 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 따스한 만남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