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한때 대중가    요계를 풍미했던 노랫말 한 구절이다.

  ‘눈물’은 사랑의 묘약이기도 하지만 증오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운동 중에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유권자의 가슴을 두드려 마침내 그를 대통령에 당선되게 한 씨앗이 되었다.
 
 피겨스타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흘린 눈물은 온 국민의 감동을 자아내는 씨앗이기에 충분했다.
 
 영국 다이애나 왕비의 장례식에서 영국 국민들이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지 한 동안 병원 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시어머니 영정 앞에서 몇날 며칠을 슬피우는 며느리의 눈물은 자신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눈물이기도 하다는 정신과적 진단도 있다. 모두 눈물의 카다르시스 효과(씨앗)로 보이는 사례이다.

 요즈음 유명한 장관 한분이 딸을 지극히 사랑한 끝에 꼼수를 써서 자기가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 특채라는 편법으로 취업시켰다가 끝내는 눈물을 머금고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후회스럽다. 미처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참으로 눈물 날 일이다. 자신의 딸이 비겁한 방법으로 특혜 채용되었기 때문에 정당하게 합격할 다른 사람이 불합격되었다는 것을 사회적 지탄 을 받고서야 잘못을 알게 되었다니 어찌 눈물 날 일이 아닌가. 이 나라 지도층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따위는 없다.

 얼마 전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려 온 국민의 시선을 끌었었다. 이들에게 마치 장관 필수요건 처럼 따라붙어있는 것이 위장전입 이력이다. 위장전입의 이유는 자녀의 좋은 학교에 위장진학을 시키기 위해서와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였다.
 
 특히 자녀의 교육문제를 내세우면서는 으레 ‘눈물’을 찔끔거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들의 눈물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술집에서 티비tv를 보던 시청자가 “너만 자식 사랑하냐?”하면 술잔을 내던졌다고 하는 기사가 있었다. 자식사랑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물려줄 재산도 학력도 인맥도 없는 대다수 서민들의 자식사랑은 더더욱 절실하고 눈물겹다. 장관 후보들의 이 ‘잘 못된 사랑의 눈물’이 수많은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였다는 것을 그들은 진정 모르고 있을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청문회장에서 흘린 이들의 눈물이 모두 일회적이거나 면피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가 아니라 대통령의 은총을 받고 장관에 임명된 사람이나 은총을 받지 못해 탈락한 사람 모두 자기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모두 사회적 상황에 돌려버린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위장전입 좀 했기로 서니 뭐 죽을 죄를 졌느냐는 태도이다.
 
 ‘어디 나만 그러냐, 누구든지 이런 상황이 되면 다 그렇게 할 것이다.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나와 봐라.’라는 심보이다. 이게 이 나라 권력자들의 도덕성의 현주소이다. 이들에게 반성과 성찰이란 없다.
 
 진정 눈물의 의미를 깨달았다면, 한 줌의 양심이 살아있다면 지도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들이 진정한 사랑의 눈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굳이 역사를 들추어 말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이 나라 지도층과 권력층에 청백리가 임용 기준이 될 날이 올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라면 잘 못된 사랑은 패가망신의 씨앗이 되고 사회를 썩히는 암의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