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라는 어느 소설가의 책이 인기몰이를 한 적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지 말라는 것을 한번 쯤 동경하고,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근데, 이따금 하지 말라는 금도를 깨 국가나 개개인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효과를 안겨주는 사례들이 종종 생기는데 외국에서 보면 아쉽게도 이 역시 한국인들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사업차 미국에 머물 기회가 많았는데 분명 금연 장소라고 써놓은 좌석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미국땅에서의 모습은 신기하게도 한국인인 경우가 많았다.

경비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빤히 쳐다보는 곳을 응시해보면 역시 한국인이 머물던 장소였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남 보다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우선시하는 국민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쯤해서 한국인을 군산시민으로, 미국을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가 놓인 우리 군산으로 좁혀서 생각해 보자.

세계에서 가장 길어 기네스에 오른 새만금방조제를 보기 위해 군산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손님 맞을 준비는 턱없이 부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택시를 탄 어느 여행객은 일부 기사들의 불친절하고 승객을 배려 할 줄 모르는 태도에 군산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언젠가 비 오는 날 택시를 탔다가 아파트 정문에서 내려야 한다는 기사의 퉁명스런 말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를 맞으며 걸어온 일도 있었다.

순간, 이렇게 모습들이 500만 관광객을 달성한 군산시의 현주소라는 것이 씁쓸했다.

물론, 군산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묵묵히 군산의 밝고 친절한 이미지를 전파하는 훌륭한 기사들도 많지만, 이들 또한 그렇지 않은 몇 사람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옛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른에게 예를 갖추지 않거나 남과 더불어 살 때 비로소 살맛나는 세상인데도 철저하게 남의 처지를 외면하는 모습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시대 참 어른이신 법정스님은 ‘남에게 베푼 덕을 돌려받지 못하면 훗날 극락세계에서라도 되돌림 받는 것이니 꼭 덕을 베풀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중국 속담에도 ‘한번 선을 베풀면 그 덩치가 굴러 100번 선으로 돌아오고, 악을 한번 베풀면 그 덩치가 굴러 100번 악으로 돌아온다’ 는 말이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한한 시간에 잠시 들렀다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한정된 시간속에서 몇푼 되지 않는 금욕과 결코 오래가지 않을 권력, 일순간의 쾌락을 쫓는데 많은 것을 투자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남을 배려해야 할때 나를 생각하게 되고, 웃어야 할 때 짜증을 내고, 천금과도 같은 자식에게 부와 권력과 같은 한낱 덧없는 것들을 물려주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아가곤 한다.

옛 말에 돈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줘도 자식이 그 돈을 지키기 어렵고, 책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줘도 자식이 그 책을 다 읽기 어려우나 은덕(恩德)을 쌓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이 그 은덕을 다 누리게 된다는 말이 있다.

가능한 남을 돕고 살고, 최소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많이 할수록 인격이 높은 교양인으로 봐준다.

헌데 우리나라에서는 "미안하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자주하면 자존심이 무너지고 권위를 낮추는 것으로 이상하게 인식돼 있다.

권위는 스스로 세우기 보다는 남들이 인정할 때 더 꼿꼿해지는 것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외지인들이 군산시민의 권위와 자긍심을 세워줄 수 있도록 친절과 배려를 챙겨야 할 때다.

새만금을 계기로 군산이 용솟음치는 이때에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새만금 관광객을 맞을 준비에 실패한다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국의 소설가 버나드 쇼가 잠든 묘비 명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군산이 새만금과 더불어 글로벌 도시로 새롭게 도약하는 바로 이 시점이야 말로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데 우물쭈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화두를 던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