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는 개항이후 일제시대의 건축물을 활용해 근대역사 공간 및 교육의 장을 조성하는 「군산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산근대문화도시조성’은 근대산업유산 예술장착벨트, 군대역사경관조성사업을 우선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며, 예술창작벨트조성사업은 2011년까지 100억원을 투자하여 장미동에 소재한 구 조선은행 등 5개의 근대건축물을 원형 복원하고 내부는 근대시대를 조명하여 수탈과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근대역사경관조성은 2013년까지 140억원을 투자하여 근대역사체험공간 등을 조성하고 예술창작벨트와 근대역사경관조성 지구를 연결하는 경관로 및 탐방로를 조성하여 관광객이 근대건축물을 탐방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군산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고로 이뤄지는 의미깊은 사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천년 아니 수천년을 면면히 이어온 군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묻어버리고 거의 일제가 만든 식민지시대의「왜색도시, 군산」을 조성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리群 뫼山」 「무리진 뫼」라고 하여 「群山」이라고 부른 군산은 강과 바다 그리고 섬과 뭍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땅이름이다.

한반도 남쪽 중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군산은 북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는 만경강 서쪽으로는 서해바다에 이르는 3면이 강과 바다에 둘러 싸여있고 물의 도시이다.

  강과 바다에 둘러싸여있는 군산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을 잇는 서해 중남부요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선사시대부터 중국대륙이나 해양으로부터 어로민이나 농경민이 기착하여 살았다.

고대사회 형성과 발전은 주로 강과 바다를 통하여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3면이 강과 바다로 싸여있는 군산지역은 일찍부터 서해 중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지역, 나아가서는 중국대륙이나 일본 및 동남아를 연결하는 교통과 군사 그리고 교역의 거점으로 발전했다.

 군산이라는 지명이 역사서에 처음 나타난 것은 고려후기 무렵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군산도(群山島)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서 지금의 군산이 아니라 고군산군도를 가르키는 지명으로 사용되었다. 즉, 고려 인종 원년(1123)송나라 사신으로 왔던 서긍이 우리나라를 다녀간 후 쓴 「선화봉사 고려도경」에 “군산도”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무리지어 있는 산처럼 보이는 섬’이란 뜻이다. 지금의 고군산도(古群山島)라는 이름은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1597)에서 처음 나타나고 조선 초기의 실록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략 조선 중기쯤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군산이라는 명칭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지금의 군산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624년, 군산에도 진(鎭)이 설치되었는데 그 이전에 옥구현 북쪽 진포의 군산진(群山鎭)과 구분하기 위해 고군산진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에 군산진이 처음 보이는 것은 세종8년 1426년이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에 군산만호(群山萬戶)가 등재되어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조선 초에 군산만호가 설치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군산은 길게는 수천년, 짧게도 천년의 역사를 면면히 지켜 온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역이다.
 군산은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강과 바다와 섬과 뭍을 아우르는 물길로서, 교역과 교통 그리고 군사의 요지로서 발전해온 군산의 바른 모습, 군산의 정체성(正體性)이 일제가 만든 「식민도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결코 군산을 근대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역사도 혼(魂)도 없는 일제가 만든 「식민도시 군산」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