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의 한 지인으로부터 ‘군산이 예뻐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군산의 양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눈에 보이는 도심을 예쁘게 가꾼다면 질적 성장은 물론 우리 지역의 이미지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필자는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각 분야의 견문을 넓혀왔으나 ‘예쁜 군산’이란 말은 생소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니 광고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에게 ‘예쁜 군산’이 안겨 주는 의미가 참으로 남달랐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 바로 광고물인데, 지천에 널려 있는 광고물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예쁜 군산’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업화 물결을 타고 홍보가 경제활동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 한데다 기상천외한 홍보 아이디어까지 겹치면서 광고 수단 역시 기발하고 지능화하는 양상을 보이니 더욱 그렇다.

간판,입간판,현수막,벽보,전단을 비롯해 차량 홍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광고물 홍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일부 광고주들의 도를 넘어선 홍보 과욕으로 인해 가로 환경이 훼손되고 군산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련법을 교묘하게 피해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행위, 운전자의 시야를 교란하는 현란한 광고판, 보행자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위험천만한 돌출 간판, 미관을 고려하지 않은 간판 난립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대출알선, 나이트 클럽, 마사지, 개업 홍보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명함이나 도로상에 무작위로 뿌리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이는 불법 홍보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정게시대를 외면한 채 도로변 곳곳을 옮겨 다니며 게릴라식으로 내걸고 있는 불법 현수막도 도심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불법 탈법에 의한 광고물 선전행위는 정보제공 효과를 기대하기는 커녕 도심의 공해수준으로 변질돼 광고 타겟층인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법 광고물을 바로 잡는데 드는 행정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광고물로 인한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는 고스란히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

군산시 역시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해 상시 및 야간 단속반 운영은 물론 공공근로를 통해 주요 노선을 정비하고 있다.

올들어 5월말까지 불법 현수막 4,600여건, 전단지 1만4000여건 등 총 1만9000여건을 적발해 계고, 철거하는 등 지속적인 불법 유동광고물 단속을 펼친 결과 전북도내 14개 시군 중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행정의 꾸준한 노력으로 군산의 도심 미관이 깨끗해졌다는 큰 의미도 있으나 돌이켜보면 그 만큼 불법 광고물에 대한 광고주들의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고주 상당수는 ‘내돈으로 내가 홍보하는데 무슨 잘못이냐’며 사적영역임을 강조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고물은 사유물이기 이전에 공공에 노출되는 도시경관의 한 축이라는 사실이다.

각 지자체마다 도시경관사업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간판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 역시 광고물의 공공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 주도의 이 사업은 예산상의 제약은 물론 창의성을 살리지 못한 채 획일화로 치닫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역사성이나 향토성을 살린 민간주도의 광고물 정비시스템이 요구된다.

필자는 타 도시에 가면 우선적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그 곳의 광고물 실태와 간판, 현수막 등을 둘러보고 도시이미지와 분위기를 평가하는데 절묘하게도 광고물에서 얻은 이미지와 도심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진다.

군산은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와 굴지의 대기업, 아름다운 은파관광지와 월명공원 등 외지인 누구나 관심과 탄성을 자아낼 수 있는 도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군산을 찾은 외지인들도 현수막·간판과 같은 옥외광고물 등을 바라보면서 군산의 이미지를 평가할 것 이라고 본다.

경제성장에 버금가는 ‘예쁜 군산’의 꿈이 현실화 할 수 있도록 광고물 만큼은 행정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된 시민의식의 정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