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의약품 사용∙남용 불 보듯 뻔하다2011-08-23 09:50:19
오지윤 군산시여약사회 회장
의약품의 편의점-대형마트 판매를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대답은 두 가지일 것이다. 밤에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찬성하는 쪽과 그래도 약인데 안전하게 약국에서 구입하고 싶다는 반대 입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의약품 편의점-대형마트 판매에 숨은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의약품 편의점-대형마트 판매 정책은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콧물이 나면 내가 아는 약을 사먹는다. 미국 같은 데 나가 보면 슈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떠냐"며 운을 뗀 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한 마디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의료민영화와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 그리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이끄는 종합편성채널 광고수익 확보의 의도가 숨어있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개인이 국가가 아닌 민간보험회사에 의료보험을 가입한다. 보장받는 질환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서, 가벼운 질환까지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많이 내야하고, 적은 보험료를 내면 큰 병만 보장받게 된다.
이러한 민간보험은 부유층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서민과 빈곤층이 지금과 같은 진료, 투약 혜택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진다. 미국과 같이 가벼운 증상은 본인이 약을 구입해서 스스로 치료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인구 만 명당 약국 수 2.2개(한국의 54%)이고, 10㎢당 약국 수 0.05개(한국의 2%)로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국가이다.
그러니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의약품을 마트에서 팔 수 밖에. 우리나라도 현 의사협회 집행부와 의료와 사회포럼을 비롯한 몇몇 단체에서 이러한 의료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알만하지 아니한가?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지향하고 대기업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의약품의 관리가 가능한 곳‘이라는 조건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위주로 판매처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들의 소유주는 모두 대기업이다.
의약품을 편의점 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게 되면 의약품은 국민의 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한 품목이 아니라 대기업의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처음에는 편리하다고 느끼겠지만, 이는 동네약국의 폐업으로 이어져 정작 필요할 때 약을 구입하기가 더 불편해 질 것이다. 또한 의약품을 전문가의 조언이 아닌 편의점-대형마트의 광고 문구에 의존하여 선택하게 될 것이니, 잘못된 의약품 사용과 남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마지막은 종편채널의 광고수익 확보이다. 이들 방송사를 유지하려면 연간 2,000~3,000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단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광고시장의 대폭적인 확대가 필수이다.
지난 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의약품 광고허용’을 추진했지만 4개 의료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하여 무산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전문의약품 일부를 현행법으로도 광고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 것과 의약품 편의점-대형마트 판매를 주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최근 이 두 가지 정책에 힘입어 광고시장이 약 2천억 원 가량 커질 것으로 기대감을 표시하였다.
대한약사회는 미국과 다른 의약품 접근 편이성, 무분별한 약품 구입에 따른 약물 오남용, 그에 따른 청소년, 노인층의 약화사고위험을 이유로 의약품 편의점-대형마트 판매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또한, 심야시간에 의약품 구입의 불편을 단순하게 의약품을 편의점과 마트에 풀어 해결하기 보다는 '국가지원 휴일-야간 공공의료센터'를 각 지역에 설치하여 가벼운 외상이나 경질환을 응급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와 투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국민은 헌법에 의해 권리를 보장받는다. 현재 추진 중인 의약품 편의점-대형마트 판매는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라는 논리로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대한민국 헌법 제36조 3항)’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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