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에 있을 적에 한국의 가까운 지인에게 단문의 안부 엽서를 보낸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인으로부터 고마운 마음으로 엽서를 잘 받았다면서 감사의 전화가 걸려와 순간 너무 기뻤다.

규모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살면서 작은 엽서 한 장으로 웃고 뿌듯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현실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1등’ ‘큰 것’ ‘많은 것’만을 가치있게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다보니 2등, 작은 것, 적은 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하찮게 여겨져 왔던 터라 더욱 그랬다.

태산은 한 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태산 같이 큰 산이 될 수 있었고, 큰 바다 역시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깊고 넓은 바다를 이루었다는 사기(史記)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서열과 규모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작지만 소중한 일상들이 외면을 받고 있어 아쉽다.

돌이켜 보면 우리 생활 가운데 일상에서 감사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 하다.

하지만, 작은 호의와 배려를 도외시하고 당연시하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하면서 감사해야 할 일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감사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엽서 한 장으로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듯이 긴 삶의 여정에서는 비록 사소할지라도 가족, 동료, 친구 등에게 감사를 전하고 표현하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은 선물을 받거나 진심어린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에도 우리는 얼마든지 감사하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데 흔히들 그냥 생략한 채 지나치기 일쑤다.

옛 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요즈음에는 말과 행동으로 천냥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 이 말들은 언뜻 나를 낮추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내 겸손함을 통해 내 인격과 품격을 높이는 자양분 역할을 하는데도 우리는 혹시라도 자존심이 무너질까봐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력이 튼튼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 사람의 인격이 거만의 줄기를 타고 무너져 내리는 줄도 모르고 ‘작은 것 쯤이야 그냥 지나쳐도 되겠지’하는 무사안일한 생각이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작 작은 사탕 하나를 받아들고도  ‘보고싶었어’ ‘고마워’ 하시면서 두손을 꼭 잡아 주시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비록 노후에 요양원에서 보내는 넉넉지 않은 삶이지만 마음 한켠에 늘 감사를 간직할 수 있는 그분들의 여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삶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작은 조짐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작은 것 하나 무시하지 않는 관심이 필요하다.

멀쩡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쓰러지기 까지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사회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찮은 발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큰 것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작은 것에 주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추석명절을 맞아 작은 선물에 큰 고마움을 전하고, 작고 어설프지만 진심어린 봉사를 실천하고, 조그마한 헛점일지라도 신속히 고쳐 바로잡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인생의 모든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