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수가 잘 통하는 세상2012-03-09 17:26:03
김준기 시인
요즈음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열쇳말 가운데 하나가 ‘나꼼수’ 현상이다.
‘나꼼수’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꼼수’에 대한 이해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꼼수’의 사전적 뜻은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정정당당한 수단이나 방법이 못되는 차마 떳떳하게 내세울 수 없는 일 처리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그 수단과 방법이 불법이거나 탈법은 아니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왜 내놓고 떳떳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꼼수로 처리하는 것인가.
거기에는 드러내놓아서는 안될 숨겨야 할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수에는 불법은 아니라도 분명히 속임수 즉 숨겨진 거짓이 있는 것이다.
이런 꼼수를 잘 쓰는 사람들은 흔히 ‘법대로’를 강조한다. ‘법대로 하자’ ‘나는 법대로 했다’고 강변하여 불법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불법은 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실정법을 피하기 위해 쓰이는 꼼수는 법이 아닌 도덕적 심판의 대상이 된다. 원래 꼼수는 노름판이나 야바위꾼들이 즐겨 쓰는 것인데 지금 꼼수가 잘 통하는 판은 노름판이 아니라 정치판이다.
이 정치판 꼼수의 원조는 이른바 MB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사건이다. 4년 전 대통령 선거전에 앞선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 격돌을 일으켰던 MB의 ‘비비케이’ 관련 사건은 언론과 방송 등에 드러난 관련 자료를 보면 분명히 거짓은 거짓인데 선거법 등 실정법에는 걸리지 않은 참으로 묘한 사건으로 지금까지 남게 되었고 그것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발휘해서 정치판의 온갖 불신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마침내는 사회 전반에 불신풍조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MB와 집권당의 소위 7·4·7공약을 비롯해서 대통령 주변 권력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자녀들의 탈법적 대학입학 또는 취업을 위한 위장전입, 병역기피, 거액의 탈세, 억 소리가 나는 뇌물과 로비자금 등 여기에 동원된 수단과 방법이 바로 절묘한 꼼수였다.
이 꼼수의 달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법대로 하자’라고 대드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법이 이미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편임을 잘 알고 있으며 어쩌다 겁 없는(?) 법관을 만나 불법이나 탈법으로 몰리더라도 재심 삼심으로 끌고 가면 마침내 제풀에 지쳐 쓰러지게 된다는 것쯤은 익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법대로’라는 말의 뒤에는 불법과 탈법의 언저리를 넘나드는 위험성이 함께 숨어있음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꼼수는 사회공동의 이익이 아닌 개인 또는 몇몇 끼리끼리의 이익을 노린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겉으로는 ‘정의사회’를 내세우며 속으로는 막대한 국민세금과 국가경영자금을 축재로 빼돌리고 마치 제 돈인 양 부하들을 통 큰 돈다발로 관리했던 군사정권의 뿌리에서 덧난 2세대 권력들은 역시 입으로는 ‘정의’를 말하며 정치는 자신들의 후원집단인 특정 소수집단 쪽을 이롭게 하는 꼼수정책을 마치 구국의 횃불처럼 앞세우고 있다.
글쓴이가 더욱 염려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판의 꼼수 그것이 이 사회에 미치는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이다.
벌써 수년 동안 꼼수정치에 젖어 온 사회가 서서히 꼼수에 대해 감각이 무뎌져서 마침내는 일상의 사고방식이 자기도 모르게 꼼수 방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음을 우리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애매모호한 우리 사회의식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호루라기 소리가 ‘나꼼수’현상과 ‘안철수·박원순 현상’이다.
이 호루라기 소리에 아차 정신을 차린 시민들의 힘이 작은 호루라기 소리를 천둥같은 북소리로 울려서 권력집단들이 혼비백산하여 집을 다시 고치고 이름을 갈고 간판을 바꾸어 달고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자기들은 꼼수의 주역들이 아니라고 외치며 꼬리는 훤히 내놓고 대가리만 검불 속에 쳐박은 ‘장두노미(藏頭露尾)’의 꼴로 무슨 혁명이라도 하는 양 새로운 꼼수를 내놓고 있다.
과연 이들의 꼼수는 얼마나 착한 꼼수일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코미디 ‘개콘’이나 ‘나꼼수’의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꼼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법대로’가 아니라 ‘도덕적 정의’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비정한 사회를 고발한 ‘도가니’가 그렇고 비겁한 재판을 재판한 ‘부러진 화살’이 그렇다.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안철수의 등장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고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내보낸 시민들의 힘이 그 증거이다. 국민들은 더는 비정한 ‘도가니’가 없기를 바라고 더는 비겁한 ‘부러진 화살’이 사라지기를 원한다.
국민들은 더 많은 박원순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더 참신한 안철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하여 더는 ‘나꼼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지 않고 잦아들기를 바라고 코미디 ‘개콘’이 ‘불편한 진실’을 정치적 풍자로 희화화 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는 이렇게 소망하고 큰소리치면서도 이 사회가 정말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따라 참으로 정의롭게 변한다면 개콘이나 나꼼수 같은 웃음보따리도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도 볼 수 없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아이러니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기우일까? 그 답을 줄 4월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가 가슴 설레며 기대된다. 꼼수에 취한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깨어날 것인가.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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