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67년, 버려야할 것들2012-08-20 15:28:24
여울 김준기(시인)
지구촌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올림픽은 끝났지만 그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올림픽 축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 4강의 대열에 오른 우리나라 축구는 일본축구를 통쾌하게 이기며 동메달까지 차지하여 국민들의 자존심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런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들고 뛴 박종우 선수의 예기치 못한 뒤풀이 때문에 두 나라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왜 우리는 우리 땅을 굳이 우리 땅이라고 세계에 소리쳐야 하는지,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데 왜 일본이 난리를 피우는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 역사적 배경이야 어떻든 반세기에 가까운 36년이라는 세월동안 일본은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하여 식민지통치를 했다.
이 식민통치 기간 동안 일본은 우리나라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사회적 주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끝내는 ‘내선일체’라는 교묘한 논리를 앞세워 민족의 영혼까지 말살하려 하였으니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지구 위에 한민족은 없어지고 왜족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끔찍한 음모의 중심에 ‘조선말 말살 정책’이 있다. 창씨개명을 강제하고 학교에서 조선말 대신 일본말을 가르치도록 하는 교육정책을 폈다. 그들은 ‘말’ 속에 ‘얼’이 있음을 안 것이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 가운데 하나가 일본말투의 말들이다. 일본의 ‘조선말 말살 정책’의 영향은 나라가 광복하여 67년이 되는 오늘날에도 여기저기 수없이 남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들이 뿌린 일본 말씨들이 우리말을 좀먹고 더럽히며 우리 말글생활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바로잡기 위해 광복이후 67년 동안이나 노력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이 일본말투인지 조차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쓰고 있다는 현실이다. ‘쓰끼다시’가 많은 횟집에서 생선회를 ‘와사비’에 찍어 먹고 냉장고에는 ‘야채실’이 있고 물은 ‘바께쓰’로 퍼 나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들은 음식점이나 공사장에서 특히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말을 써도 좋을 말들을 굳이 한자말을 쓰면서 어깨를 으쓱대는 것도 꼴불견이다.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공을 시작으로 한자문화에 찌든 우리 역사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로 문자주권을 회복한지 오백여년이 지난 오늘도 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초등학교에서조차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세력들이 있음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일본식 한자말이 넘치는 것도 문제다. 이 또한 버려야 할 것들이다.
넘쳐나는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도 우리들의 말글살이를 크게 어지럽히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소통의 도구로서 외국어의 필요성은 더 말 할 나위 없으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까지 무분별하게 스며들어 언어문화를 오염시키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다.
온통 외국어 투성이인 도시의 간판들과 방송과 신문 등 대중언론매체에 넘쳐나는 외국어들은 온 국민들의 의식과 소통을 어렵게 하고 방해하여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영어를 국가 공용어로 하자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이니 이 또한 시급히 버려야 할 것들이다.
온 나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국가 행정기관의 행정용어와 수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병원 같은 공용시설의 전문용어들도 어려운 한자말과 외국어를 버리고 쉬운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 하수도 공사를 굳이 ‘하수관거공사’라고 하거나 발바닥 근육 염증을 ‘족저근막염’이라고 써야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요즈음 한국방송(KBS)에서 하고 있는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라는 짧은 방송이 눈길을 끈다. 오늘 8월15일에는 “나라 땅을 지킬 때는 누구나 군인이 되고, 나랏말을 지킬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라는 이어령 님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사람들이 모두 시인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 우리 ‘나랏말’을 지켜야 하는 것은 겨레의 사명이다. 우리말 속에는 우리 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67년이 되는 오늘 우리들이 지켜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들을 생각해본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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