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균 교수

취업문이 비좁다보니 자녀가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연신 축하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필자는 70년대 정부차원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때 대기업체 인사담당 팀에서 대학을 찾아와 우수 학생들을 추천할 당시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취업난이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률은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에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청년실업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근본 원인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성장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1990년대 중반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으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접어들면서 실업률이 급상승하게 되었다.

2000년~2002년에는 실업률이 줄어들다가 2003년에 경제불안이 가시화되면서 취업난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둘째, 고용인원수가 적은 IT나 자동화 등 첨단업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같은 고급기술 업종은 고용인원이 적기 때문에,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실업자는 증가하게 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생산 자동화로 인해 단위시간당 정밀도를 갖춘 제품의 생산성은 높지만 이로 인해 고용인원은 감소하게 된다.
 셋째로 경력직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인력선호 경향을 들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신규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 채용비중은 67.8%에서 52.3%로 하락하였으며, 1996년 경력과 신규비중은 4:1이었으나, 2005년에는 3:2로 역전되었다.
넷째, 앞에서도 언급했 듯이 대졸자의 급격한 증가를 들 수 있다.

대졸자는 1983년 16만 7천명에서 2005년에 55만 2천명으로 20년 만에 3.3배가 증가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 3수험생의 83%가 대학에 입학한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서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사회적 대우와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 인식이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대학졸업장을 따려고 한다.
다섯째로 청년층에 대한 미흡한 직업진로 지도를 꼽을 수 있다.

청년층의 주된 취업 경로는 가족과 친지의 소개나 추천 등 연고 취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취업알선 과정에서 공공 및 민간 직업안정기관과 학교 역할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및 취업지도를 통한 청년층의 산업현실에 대한 이해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청년충에 대한 직업지도와 직업정보 등 노동시장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고용인프라 및 지원대책이 부족한 편이다.

여섯째 기업의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임금, 노사갈등 등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국내 기업환경은 2000년대 초부터 기업의 해외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의 경우 연간 생산대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49대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49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은 우리 사회가 공감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몇 가지 원인이다.

이쯤해서 대학에 재직하며 누구보다 취업에 많은 관심을 지닌 필자로서는  높은 청년실업의 또다른 원인을 지적하고 싶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요즘의 대학생들은 국내기업에 관해 폭넓고 상세한 정보를 잘 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산산업단지 내 기계자동차 분야 선도기업에서 취업 추천의뢰가 들어와도 후생복지 및 연봉 등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취업에 응하지 않고 외면해버린다.

교수 입장에서 보면 학생의 스펙을 고려해 볼 때 추천 의뢰기업이 유망하고 적정한데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은 눈높이가 맞지 않다며 취업을 꺼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이때마다 필자는 깊은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물론, 청년실업의 근본 해법은 국가 차원의 당면 과제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냉정하게 분석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일단 눈높이를 낮추고 취업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바늘구멍 처럼 비좁은 취업 시장에서 100%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취업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미래의 비전과 발전 잠재력이 있다면 과감히 취업에 임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소 부족하게 내디딘 첫 취업의 한 걸음이 현실성 없는 완벽 취업의 꿈을 꾸며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청년실업 문제에 숨통이 트여 대학생들의 근심과 불안이 하루 속히 웃음과 안정으로 바뀌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