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바다2012-10-05 17:31:40
전천운(호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연상된다. 거친 바다의 풍랑 속에서 사나운 상어 떼의 공격으로부터 진력을 다하여 잡은 참다랭이를 지켜내려는 처절한 노인의 사투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노인들이 처한 상황이 마치 거친 풍랑과 사나운 상어 떼라면 너무나 지나친 견강부회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노인들의 현실은 순풍에 유람선 타고 인생을 즐기는 태평한 삶들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OECD국가 중 우리의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최고수준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노인복지 환경은 노인들이 상어 떼로부터 참다랭이를 지켜내려는 고군분투의 정신을 가지고 비록 뼈만 남은 참다랭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자기의 패배를 인정치 않으려는 의연함을 견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노인에 대한 공경은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가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60대의 평균 노동시간이 세대별로 가장 길고 노인학대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노인복지 환경이 흡족치 않은 것은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일천한 탓도 있지만 급격한 산업화 및 고령화에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노인문제 현실과 복지제도 간의 괴리 탓이다. 우리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어 왔음에 비해 이에 대처하는 사회복지정책이나 제도는 뒤처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뒤처짐의 원인은 노인의 삶의 현실에 대한 인식의 결여 때문이기도 하고 재정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군산시 관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만6,40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산시 전체인구의 13.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에 비해 4.24% 증가한 수치이며 2008년에 비해서는 16.2% 증가한 것이다.
2008년 이후 관내 노인인구는 매년 3.4% 이상 꾸준히 늘고 있으며 증가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노인인구의 급증 외에도 급격한 핵가족화로 인하여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노인부양의 책임이 가족과 자녀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핵가족화 및 가족개념의 변화로 인하여 노인부양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소득중단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핵가족화, 황혼이혼, 사별 등으로 인하여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인하여 노인의 3고인 빈곤, 질병, 고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군산시는 도농통합지역으로 노인문제는 도심지역보다 농어촌지역이 더 심각하다. 농어촌지역의 고령화가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노인이 더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노인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는 지역적 특성에 따른 노인요구의 다양성에 따라 수립되어야 한다.
보편적인 노인의 요구사항은 식생활의 개선, 신병의 무상치료, 용돈, 소일거리, 경로당, 친지들의 내방, 시중자의 도움, 독립적인 공간확보 등이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빈곤과 건강 문제의 해소를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춰 노인복지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경제적으로 노후준비가 잘 안된 노인에 대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질적 원조체계와 더불어 노인취업 확대방안을 모색해야 된다. 예컨대, 연금제도 확충이나 소득보장을 위한 정년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치매 등의 노인병에 대한 완벽한 의료보호제도를 정착시키고 여가선용과 오락 및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시설확충이나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하다.
어렵게 포획한 참다랭이를 인생종착 항구까지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상어 떼를 몰아내는 희망노인복지정책을 기대해 본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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