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 김준기

이제는 그야말로 승자의 포용과 넓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대 후보를 지지한 절반의 국민들의 의지와 뜻을 기억하며 진정한 국민통합을 실천할 수 있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그동안 승자와 패자 모두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외쳐 왔기에 이제 남은 것은 진보와 보수 두 진영 간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서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이러한 시기에 맞추어진 듯 영화 ‘남영동1985’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고 김근태 의원이 과거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던 정보기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당한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고문과 그로인한 트라우마(상처 후의 고통)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국가기관의 폭력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분노하게 한다.

지난해 수백만 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와 ‘꽃잎’ 그리고 ‘26년’은 전두환 독재권력이 5.18민주화운동을 잔혹한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학살된 시민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미 26년 또는 50여년이 지나 기억이 흐려져 가고 있으나 피해를 당한 수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생생한 아픔과 상처가 살아남아 고통의 도가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과연 이대로 흘려보내도 되는 역사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을 치며 눈물로 상처를 매만져야 하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과 수많은 관객들은 저 아픈 역사와 진정으로 화해한 것인가.

이번 대통령 선거결과를 보면 아직도 절반의 국민들이 과거의 역사를 과거사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다른 절반의 국민들은 아직도 화해할 수 없는 국가권력의 폭력과 상처에 고통 받고 있고 그 아픔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5.18학살의 직간접 당사자들은 이미 합법적 청산을 통해 화해를 이룬 과거의 역사에 대해 재론하는 것은 국가발전을 막는 과거지향 정치논리라고 주장하며 그들의 역사적 과오를 합리화하고 있으나 그들의 화해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화해일뿐이다.

역사와의 화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역사는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는 끊임없이 현재에 살아나서 작용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등불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와의 화해는 현재와의 화해이며 동시에 미래와의 화해가 되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고 해서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는 상황논리는 사과도 용서를 비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화해는 가해자가 피해자 앞에 몸을 낮추는 것이다. 진정한 화해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품에 안을 때 이루어진다.

필자는 새 대통령이 광주학살 등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국민적 화해의 역사로 승화시켜 국민대통합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폭력의 그늘에서 성장한 정치세력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5년 내내 불신과 갈등과 혼돈의 시대가 초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새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에 거는 국민통합의 기대감이 현실로 실현되길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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