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의 탓인줄 모르겠으나 과학의 달을 맞았어도 정부나 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무슨 관련 행사를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고 그저 달력에 적혀 있으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땅이 비좁고 자원이 거의 없는 만큼 인재, 특히 과학기술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지름길임을 감안할 때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67년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과학의 달과 과학의 날을 제정했다.

박정희 정권때만해도 정부가 KIST를 설립하고 과학기술처를 만드는 등 ‘과학기술 입국’에 매진했으나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세찬 노력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해마다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의 입시 향방을 살펴보아도 여전히 이과 보다는 문과계통의 학과를 더 선호하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법대, 경찰대 등에 여전히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어찌보면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보다는 권력과 밀접한 법대, 경찰대 등에 몰리고 있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과거 대법관을 지낸 방순원(方順原)씨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법관의 경우, 수재보다는 보통의 실력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수재들은 법대보다는 과학분야로 진학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수재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진학한다면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과학부문 노벨상수상자는 무려 16명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단 1명도 노벨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할까.

글로벌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주도하는 것은 ‘과학기술 부문’이지 법대 등 문과 부문은 결코 아니다.

이처럼 인재들이 법대 등 권력과 밀접한 학과에 계속 몰린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뒷걸음 치는 것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재들이 법대, 경찰대 등에 몰리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배경’이라는 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후진성이 근저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아이들의 대학 진학을 생각할 때 맨 먼저 생각하는 것은 검사나 판사가 될 수 있는, 권력과 밀접한 학과인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과거 부모들이 살아오면서 힘이 없을 경우, 억울하게 당하던 쓰라린 경험들이 우리네 부모들을 권력지향적으로 쏠리도록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아이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기초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등 과학영재 육성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현대 모비스가 그 주역이다. 현대모비스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며 노벨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학영재 육성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인재들이 과학부문에 몰릴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국가가 과학의 달을 제정하고 과학의 날을 제정한 정신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새 정부는 우수한 아이들이 과학분야에 몰릴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등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수립,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