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의 한(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2013-05-07 11:04:14
여울 김준기(시인. 전직교장)
박근혜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직 81명을 분석한 결과(매일경제. 2013. 3. 27) 영남 출신이 34%(28명)로 서울 경기 27%(22명)보다 앞서고 호남출신은 17%(14명)로 영남의 절반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북출신은 불행하게도 본적만 전북인 인사 한명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후보시절 박 후보가 공약했던 대 탕평 인사는 헛공약이었다. 호남 따돌림은 왜 이렇게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일까?
양정석 (2012. 징소리)이 역사적 사실을 밝혀 분석 주장한 ‘1300년 역사의 비주류 호남의 한(恨)’을 살펴보면 호남인들의 한 맺힌 삶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 그는 1300여년의 세월동안 정권에서 호남이 소외되고 배척을 당하게 된 사실들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첫째는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백제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끈질긴 호남배척행위가 그 원인이다.
이는 통일 이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삼한의 관계가 당나라 군사를 끌어 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통합하면서 통일신라 천년동안 백제민의 권력형성을 철저히 차단한 것이다. 통일신라는 백제인을 고구려인 보다도 낮은 제7품까지만 귀족으로 인정하는 등 아예 귀족사회 진출을 제한하였다.
둘째는 차령산맥과 금강 남쪽은 지형이 배산역수(背山逆水;임금이 있는 반대쪽으로 산맥과 물이 달림)이므로 반역의 기운이 있다는 풍수지리설을 빙자해 이 지역의 인재를 쓰지 말라는 고려 태조 왕건의 유훈(遺訓) 훈요십조(訓要十條) 제8조의 허무맹랑한 유언을 권력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훈요십조는 왕건이 죽고 난 뒤 80년이 지나 백제인들을 심히 경계해 온 경주최씨 최언위의 손자 최항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로 보아 그 자체가 위작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터이니 이는 정략적 술수임이 확실하다.
셋째는 오늘날 까지도 최고의 역사서라고 하는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백제인들의 정체성과 찬란하던 문화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어 그 원형마저 잃어버리도록 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 할지라도 신라왕실의 후예인 귀족 김부식은 구삼국사(舊三國史.지금은 전해지지 않음)를 다시 쓰면서 백제와 고구려 관련 사실들을 철저히 제외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국사기 내용 가운데 재위기간과 업적이 비슷한 고구려 광개토대왕 관련 기록이 신라 문무왕의 1/20 정도에 그치고 열전에도 겨우 백제 계백장군의 이름을 올렸을 정도이니 신라 지배 천년동안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는 어디로 간 것인가.
다음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호남의 차별을 살펴보자. 1961년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 이후 유신정권과 제5공화국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산업은 전적으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자립도가 높은 지역이 울산, 구미 등 영남에 편중되어있는 현실이 그 증거이다.
이처럼 영남정권이 패권을 장악하는 동안 호남의 경제력은 전국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기위한 정부의 정책은 선거 때나 앞세우는 빈 공약으로 떠돌고 있지 않는가.
이와 같은 영남 편중 경제정책은 인구분포의 편중을 가중시켜 이제는 민주적 방법인 선거와 투표로도 영남패권을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정치세력들이 호남인의 정체성의 분열을 교묘히 조장하여 수도권과 전라도, 전라북도와 남도를 분열시켜 마침내는 호남인 스스로 자학과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이 역사의 함정에서 벗어나 반도의 중심이었던 백제정신과 동아시아 문화의 뿌리였고 꽃이었던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되살릴 것인가.
결코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임진왜란 호남의병들의 호국의지, 동학혁명, 3.1운동, 4.19혁명, 광주의거 등 국난극복의 선열정신을 되살려 자긍심과 자존감을 되살려내는 것이 호남의 한을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그래서 호남인의 정체성을 곧추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여 패배의식과 기회주의와 소극적 자세를 극복하고 낙후지역 개발을 최우선에 두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도록 호남인들의 지혜와 열정을 모두 모아야 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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