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에2013-05-13 10:04:47
법무사 최 정 욱
고(故) 이태석 신부를 아십니까?
예수님이 계시다면 이곳에 교회보다는 학교를 먼저 세우셨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아프리카의 수단이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나라, 그 가운데 톤즈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8년동안 가난하고 헐벗은, 그래서 희망보다는 절망에 더 익숙한 어린아이들과 손발이 뭉그러진 한센인들과 함께하면서 그들과 함께하는 그 자체가 감사하다고 하던 한 젊은 사제(司祭)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의학을 공부하고 또 다시 신학 공부를 더 하여 신부에 서품(敍品)된 후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스스로 택한 그가 병든 자와 가난한 어린이들과 같이 헤맑은 웃음을 짓던 모습을 “울지마 톤즈”라는 영상을 통하여 보면서 저는 주책없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신부님이 주신 트럼펫 악기를 매만지면서 “악기를 배우기에 앞서 먼저 착한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쳤던 신부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소년이나, 차라리 쓸모 없는 나를 먼저 데려가시지 어찌하여 할 일 많은 신부님을 먼저 데려가셨느냐고 하느님을 향하여 눈물의 기도로 항의 하는 늙은 한센인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초라해 지는 내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는 본인 스스로 의사이면서도 암으로 인하여 48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에 두고도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베푸는 것이 곧 나에게 해주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더 베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진정한 성자(聖者)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마도 천당(天堂)이란 곳도 천사들만이 있는 곳은 아닌 모양입니다. 병든 이와 죄를 짓는 나쁜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땅에서 하여야 할 일이 더 많은 젊은 사제를 하느님 스스로 불러 드릴 까닭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라고 합니다.
많은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십 수년을 학교 공부를 하였으면서도 진정으로 존경하여야 할 선생님 기억이 없습니다.
스승의 날이 되어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고 뛰어가 만나 뵙고 싶은 선생님이 없다는 건 나의 잘못이 더 큽니다.
공부를 썩 잘한 편도 아니고, 가세가 유복하여 명절때마다 양주병이나 봉투를 들고 갑(甲)의 위치에 있는 선생님을 찾아 뵐 형편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을(乙)의 위치에 있는 학생을 기억할 선생님도 없었을겁니다.
다모클레스의 칼에 대한 이야기를 아십니까?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왕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부(富)와 권력을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연회에 초대하여 왕좌에 앉힌 뒤 머리위에 말총에 매달린 칼을 걸어 놓았다는 고사에서 기원한 다모클레스의 칼 이야기 말입니다.
머리위의 칼이 떨어지지 않도록 왕이 가져야 할 품성과 조신(操身)한 태도를 강조한 이 경구를 오늘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땅을 치며 분개하는 선생님들께서도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과연 나는 성직자에 준한다는 참 스승으로써의 덕목을 갖춘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교사인가 하고 말입니다.
저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존경하는 많은 스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던 학교생활에서는 존경하는 스승을 찾을 수 없었고 일면식(一面識)이 없으면서도 책을 통하거나, 다른 이들의 전언(傳言)을 통하여 좋은 스승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이 물구나무선 역설(逆說) .
이것이 오늘날 이 땅에 산재한 교육계의 한 단편이라고 한다면 저의 지나친 편견일까요?
앞서 밝힌 고(故)이태석 신부님.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그 분은 저보다도 어린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무슨 벼슬입니까? 그 분은 진정한 삶의 실천을 통하여 저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말없는 가운데에서도 깨달게 해 준 스승이십니다.
오늘날 어둡고 각박한 우리사회에 등불을 밝혀주는 참 스승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스승의 날을 마지하는 한 늙은 독자의 바람입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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