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건의 훈요십조와 노무현 대통령의 엔엘엘(NLL)대화록2013-07-22 10:14:36
여울 김준기 시인
참으로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태조 왕건의 유언이라는 훈요십조[訓要十條]가 왕건이 죽은 수십 년 후에 당시 세도가의 집에서 발견 공개되어 오늘날까지 역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요즈음 갑자기 죽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기록물 속의 엔엘엘(NLL) 관련 대화록의 일부를 권력 핵심집단인 국가정보원에서 스스로 공개하여 정치싸움에 불울 붙이고 있다.
왜 그럴까? 이미 권력을 잡아 쥐고 있는 집단에서 굳이 죽은 사람의 기록물들을 들춰내어 한판 정치싸움을 벌이려는 까닭이 무엇일까?
훈요십조[訓要十條]는 서기943년 고려태조 왕건이 죽기 직전 신하 박술희를 불러 ‘차현 이남과 금강 아래 사람에게 벼슬을 주지 말라(제8조)’는 조항이 담긴 10가지 유언이 적힌 유훈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 문서는 거란 침공 때 역사를 편찬하기 위한 기본 자료인 사초와 함께 모두 불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80년이 지난 어느 날 당시의 세도가였던 신라 후손 최항의 집에서 갑자기 나타나 호남지역사람들의 정계진출을 차단하는 빌미로 이용되어 오늘날까지 지역감정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사초와 함께 불타 없어진 왕의 유서가 80년이나 지난 후에 어떻게 개인 집안에서 살아나왔으며 과연 호남인 기피를 담은 8조의 기록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아 위조와 조작의 문건이라는 역사가들의 판단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믿을 수 없는 문건이 두고두고 우리 역사에 지역분열과 권력투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역사의 잘 못된 조작이 국가와 민족의 역사에 얼마나 무서운 폐해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런데 요즈음 집권여당이 국정원과 합작하여 죽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일성의 정상회담 기록물 속에서 소위 엔엘엘(NLL.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 관련 대화내용을 가려내 공개하여 야당과 한판 정치이념싸움을 걸어온 것이다.
문제의 엔엘엘(NLL)은 6.25 정전 직후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설정한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1953년 7월 27일의 정전협정에서는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해양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정전협정 직후에 해양경계선을 설정하고 북한에 공식 통보하지 않은 해양의 남북한 한계선이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또는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민감한 문제에 대하여 남과 북의 국가정상으로서는 이 지역에서 전쟁의 불씨를 미리 차단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서로의 의중을 타진하기 위해 온갖 지혜와 전략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폐쇄적인 북한의 정치체제를 상대로 한 회담에서 상대의 뜻을 파악하고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대화로는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민감한 엔엘엘(NLL)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양국정상이 아니면 감히 건들어 보지도 못할 문제일 수 있다.
이처럼 엄중한 문제에 대한 국가정상 사이의 대화를 토막토막 발췌하여 정치이념싸움판으로 끌고 나온 것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훈요십조의 공개는 몰락한 신라귀족 세력이 왕건 이후 득세하려는 옛 백제 세력을 견제 차단하기 위한 위조된 정치공작으로 평가된다.
한편 엔엘엘(NLL) 대화록의 발췌 공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후보 또는 집단의 선거활동을 지원한 국정원의 불법 댓글공작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게임임을 국민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대단한 정치게임 한판이다. 아직도 집권세력들은 이념논쟁이 정치게임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집권세력의 판단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해 보인다. 정작 집권세력의 이념적 뿌리를 성찰해야하는 약점이 그들의 정치적 배경에 감춰져 있음을 왜 모르겠는가. 다만 일부 보수 세력의 등 뒤에 숨어서 모른 척 할 뿐일 것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국정원의 설치 운영의 목적 등 관련법을 재규정하고 국정원이 특정 정권을 창출 유지하는데 이용하는 도구가 되거나 막강한 국정원의 정보력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만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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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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