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전 지사장

이는 과거 정치지도자들의 한결 같은 선거에 관한 소신이었다. 대통령까지 역임한 정치지도자들의 이런 신념은 고스란히 후배 정치인들에게 물려져 선거 때만 되면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탈 불법이 난무해 오늘날 수십년째 국민들에게 ‘신물나는 정치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때도 어김 없이 YS 후학의 정치지도자들은 불법을 저지르며 선거 막판 뒤집기에 성공, 승리를 이끌어 냈다. 소위‘NLL사건’으로 민심의 흐름을 뒤집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대선 켐프 핵심 정치인들이 국가기밀 문서인 2007 년 남북정상 대화록을 불법으로 입수해 이를 공개, 선거에 이용했으며 국정원은 직원들을 동원, 포털사이트를 통해 집권여당에 유리한 댓글을 달도록 하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은 거짓 중간수사발표를 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무성의원이 박근혜후보가 참석한 선거 막판 부산의 대선 유세에서 이 국가기밀을 토씨 한자 틀리지 않고 읽어 내렸고 조중동 등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새누리당은‘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며 문재인후보에게 총공세를 펴 보수층을 자극, 민심의 흐름을 뒤집는데 성공한 것이다.

국가의 핵심 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이 선거에 개입하는 이같은 행태는 민주주의와 국기를 흔드는, 정치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임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세계 경제 10위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무너뜨린 이런 중대한 문제가 이대로 가려질 수는 없다.

’선거는 이기면 그만이고 시간이 가면 끝난다‘는 것이 우리네 정치판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를 결코 수수방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조중동 등 주요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1백여 천주교 신부들을 비롯 교수 학생 등 수만명이 4·19 혁명과 부마항쟁을 거론하며 연일 성토 하는데도 정부가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넘겨버린다면 우리나라의 격은 후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정부는 남북회담을 하면서 북측 대표의 지위와 우리의 지위가 맞지 않는다며 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이른바 대표의 격이 맞지 않아  회담이 무산됐다.

 격은 중요한 문제다. 국민들도 정부의 이같은 원칙과 당당함에 지지를 보냈다. 이처럼 국정의 외적인 격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격이야말로 더욱 더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와, 정의가 바로 서는 국정의 격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근혜 정부를 기대하는 이유 또한 맥을 같이 한다. 국정원이 댓글이나 올리는 치사한 공작정치를 펴고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대열과 한참 동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