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퍼코리아2013-10-18 15:45:30
박종서 전 연합뉴스 전북지사장
군산시 조촌동 2번지 일대 16만여평에 자리잡고 있는 제지공장인 페이퍼코리아.
페이퍼코리아는 지난 1944년 전북 최초의 법인인 북선제지로 출발해, 지금까지 고려제지, 세대제지, 세풍제지에 이어 페이퍼코리아로 이름이 바뀌었다.
페이퍼코리아는 그만큼 명성이 높고 또한 시민들에게는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더구나 경성고무, 백화양조, 한국합판 등 굴지의 향토기업들이 사라지고, 비록 주인과 이름이 바뀌었지만 페이퍼코리아는 시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향토기업으로 생각되고 있다.
시민들의 사랑 만큼이나 페이퍼코리아는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배출되는 악취로 공장 인근 1만여 주민들이 10년이 지나도록 곤혹을 치르고 있는 현실은 아무리 양보를 해도 이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시당국이나 회사측이 공장이전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최근에는 회사측이 공장용지의 도시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시가 이를 수용하기로 하는 등 이전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나, 이는 앞으로의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의 얘기지 아직은 공장이 언제 옮겨질지는 미지수이다.
연간 20만t의 신문용지와 10만t의 포장용지 등 30만t의 용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폐수처리장과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역겨운 악취 때문에 공장 인근 주민들이 여름에도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을 자동차 문을 닫고 지나가도 악취가 날 정도인데 주변 주민들의 고통이야 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민들은 그동안‘조촌동에서 못살겠어요. 60년대도 아니고 이토록 악취나는 동네는 처음 보네요’ ’정말 공장 앞에 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어요. 창문을 열고 살 수가 없어요‘ ’흐린 날이나 새벽시간에 악취가 나면 환경청이나 환경단체에서는 왜 가만 있느냐‘며 분노를 터뜨리곤 했다.
그동안 시 당국은 주기적으로 폐수처리시설에 대한 단속을 펴 공해배출부과금을 납부토록하는 등 행정처분을 해 왔다.
그러나 악취의 경우, 도에 단속을 의뢰, 검사를 해 왔으나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법적기준치에 미달된다면 어느 주민이 이를 수긍할 것인가.
그나마도 다행스런 일은 회사측이 국가산업단지에 이전 부지를 확보, 공장 이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퍼코리아는 최근 공장 이전을 위해 시에 현 공장지역의 용도변경(현재의 준공업지역을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으로)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시에서 용도지역을 변경해주면 오는 16년까지 이전한다는 자체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가 공장지역의 용도를 변경해주고 또 이 지역에 대한 아파트 건립, 분양 등 개발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불투명한 이전 시기까지 앞으로 수년 동안은, 주민들의 악취고통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형편이다.
공장의 악취는 그동안 나무와 펄프로 만들던 종이를 지난 95년께부터 100% 폐지를 사용하면서, 폐지에 섞인 불순물과 폐수처리장 및 소각로 시설이 노후된데서 비롯되고 있다.
회사측이 미리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더라면 진작 폐수처리시설과 소각로 시설에 적절한 투자를 했어야 옳다.
기업이 아무리 이윤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에게 10년이 넘도록 악취고통을 안긴다면 이는 결코 기업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주민들을 악취고통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시가 좀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회사측은 공장을 이전할 때 하더라도, 또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당장 시설을 개선해 주민들의 악취고통을 해소시켜야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역겨운 냄새도 그렇지만 냄새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근거 또한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은 차치하고라도 10년이 지나도록 역겨운 악취고통을 겪어야 하는 시민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의 횡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