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우리 군산의 근대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시간여행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버스에 타는 사람들은 주로 다른 지방에서 찾아 온 관광객이었다.

 여행 코스는 금강 철새 조망대에서 시작되어 채만식문학관, 근대역사박물관 주변, 월명동과 신흥동 일대의 일제 강점기 주택과 관련 시설, 동국사, 은파호수공원, 공업단지와 새만금 방조제, 선유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 등이었다.

 이번 시티투어에서 나는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쳤다. 그 하나가 동국사 뜰에 세워진 참사문비(懺謝文:참회와 사죄의 글)이다.

 동국사는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의 일본식 절이다. 여기에 일본 불교 조동종에서 그들의 선조들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을 침탈하고 국민들을 박해한 죄에 대해 참회하고 사죄하는 글을 써서 비를 세운 것이다.

 일본인들이 동남아 여러 국가를 침략하여 저지른 포악무도한 죄악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글을 써서 비로 남긴 것은 세계에서 오직 이곳 한 곳뿐이다.

그들은 ‘우리는 과거 해외포교의 역사 속에서 범했던 중대한 과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아시아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하고자 한다.’고 말하고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며 조선을 종속시키려했고 결국 한국을 강점함으로써 하나의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우리 종문은 그 첨병이 되어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획책하고 황민화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리고 과거 일본의 억압 때문에 고통을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죄하고서 권력에 편승하여 가해자 입장에서 포교했던 조동종 해외 전도 의 과오를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이다.’라고 사죄하고 맹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정부와 보수 우익 세력들은 이러한 조동종의 참회와 사죄는 팽개치고 전쟁 주범들의 제단에 참배하고 위안부 만행을 부정하며 독도도 저희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역사 앞에 또 다른 죄악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충격은 관광객에게 비쳐진 우리 고향 군산의 모습이다.

시티투어 사흘째 되는 날,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이 이렇게 말했다. “군산이 이렇게 낙후된 도시였는지 몰랐습니다.” 그는 군산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시간여행축제의 중심지역인 금동, 영화동, 월명동, 신흥동 일대를 걸어보았는데 과거 우리나라 3대 항구였고 전국 12대 도시였다는 군산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군산의 구도심과 원도심의 황폐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과연 시간여행축제는 외부 관광객에게 근대역사문화만 보여주었는가?

허물어져가는 군산의 도심을 그들은 어떻게 보고 갈 것인가? 지나간 과거의 역사만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으로 축제의 꿈은 이루어졌는가?

20년 후의 새만금과 나운동 수송동의 아파트촌과 1970년대 27만 인구를 40년이 지난 지금 회복했다고 자만하고 자위하고 만 있을 수 있는가?

3일간의 고향 여행을 마친 지금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