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과 예외2013-10-25 09:27:05
최정욱 법무사
춘추 전국시대 노나라 땅에 미생(尾生)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여자는 나타나지 아니하고 강물은 차차 불어나 발목을 적시더니 나중에는 무릎을 거쳐 목에 까지 차오도록 다리기둥만을 부둥켜 안고 그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이를 가리켜 후세 사람들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고 하며 융통성 없는 원칙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더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 이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만화작가 최규석이 쓴 우화집에 “가위. 바위. 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든지 “가위 .바위. 보”로 결정 하는 부락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무엇을 나눌 일이 있어도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크게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누구든지 늘 이기거나 지는 경우는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규칙 때문에 고민이 생긴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부락의 위험한 일을 돌보다가 손을 다친 후로는 주먹을 펼 수가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주먹을 내는 것 만으로도 웬만큼 버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락민들은 그가 주먹이외는 낼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고, 마침내 그와의 대결에서는 모두가 보자기를 내는 것이였습니다.
그는 부락의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여야 하는 억울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바꿀 것을 부락민들에게 탄원하였습니다.
부락의 대표는 규칙을 지키면서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그게 뭔가요?”
“이 개정안을 놓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지”
예외 없는 원칙이 가져오는 모순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다음은 어느 중학교 국어시험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렇습니다.
“어려운 일이 겹쳤을 때에 쓰는 사자성어 중 ( ) 안에 들어갈 글자를 써 넣으시오”
“설 ( ) 가 ( )”
선생님은 말 할 것도 없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들 역시 정답은 “설(상)가(상)”이라고 미리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한 학생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설(사)가 (또) ”라고 적었습니다.
자,이 학생의 답이 틀렸을가요?
원칙이 있으면 그 뒤에는 예외도 있는 것이 세상이치입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맨처음 시작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예상했던대로 기초연금도입안이 첨예한 여야 쟁점의 뇌관이 되었습니다.
지난 대선공약의 하나로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후보는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600만에 이르는 노인표 가운데 상당수를 얻어 짭짤한 재미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필자는 어려워지는 세계 경제 추세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경기부진, 그에 따른 세수감소등 여러 요인을 살펴 볼 때 과연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기우속에서도 워낙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시는 분이라니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져본 것이 솔직한 심정이였습니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 였습니다.
집권하자 악화된 경제사정과 세수감소등을 이유로 대폭 후퇴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지급대상을 소득하위 70%로 한정하고 지급액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최소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대 국민사기라고 몰아 부치고, 더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은 양심의 문제까지 거론하며 사표를 던지기에 이르자 결국 대통령은 국민앞에 사과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후보 대리투표사건에 연루된 45명에 대한 판결에서 ‘반드시 헌법이 규정한 보통. 직접. 평등. 비밀투표라는 선거 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원칙을 무시하고 무죄라는 전혀 엉뚱한 예외의 판결을 한 법관의 선고내용을 보면서 과연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이라고 박수를 보내기에는 무언가 찝찔한 기분을 어쩔수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주춤하고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예외도 있을 수 있다”는 양면성을 인정하면서도 원칙보다 예외가 앞자리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예외보다는 원칙이 더 존중받는 믿음의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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