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동남풍하면 삼국지 적벽대전에 나오는 유비의 책사인 제갈공명이 동남풍이 불도록 빌어서 결국 조조의 군대를 물리친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박진감 넘치고 활기찬,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져 많은 이들의 흥을 돋구고 꽹과리는 천등, 징은 바람, 장구는 비, 북은 구름을 상징하는 4개의 타악기가 어우러져 사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동남풍 공연이 있었다.

이 동남풍은 현재 군산예총 국악지부장인 조상훈씨가 20여년전에 연습장소가 없어서 이곳저곳 전전긍긍하며 모진 추위와 비바람을 견디는 등 수많은 좌절을 딛고 어렵게 창단해 매년 연주를 계속해 올해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필자도 군산시립교향악단, 팔마악회, 벚꽃동요제, 군산 실내악단 등 창단 경험이 많아 창립, 창설, 창건, 창단 등 創자만 붙어도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만이 먼 훗날에 더욱더 값진 열매를 맺고 뿌듯하고 보람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동남풍 단원들은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농악과 사물놀이 작품을 만들어서 전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우리의 것을 알려 왔기에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를 알아서 하나가 될 수 있게 성장했다고 한다.

이날 동남풍 20주년 기념공연 제목을‘인연’으로 하였는데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은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이 갖가지 만남 중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인연이라고 본다.

이 동남풍이야말로 20년전부터 관계를 지속해 오면서 우리 농악을 기반으로 사물놀이를 창단해 우리의 멋과 흥 그리고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한을 담아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위대한 업적을 쌓아 왔기에 더욱더 값지고 소중한 인연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또 이날 연주는 만남을 상징하는 문굿을 통해 객석 뒤에서 들어오며‘만복이 많이 들어 갑니다’를 외치고 기운을 모아 사물을 치며 공연에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는 비나리(기원)를 했다. 이 비나리는 행복을 기원하고 앞소리는 나쁜것을 소멸시켜 달라는 말을 읊고 뒷소리는 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표현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신명나는 삼도 농악가락을 연주했다. 쇠로 만든 악기는 하늘을 울리고 가죽으로 된 악기는 땅을 울린다. 사람이 악기를 울려 신명을 만들어 내고 하늘과 땅, 사람을 하나로 묶어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동남풍과 인연을 맺고 함께 활동을 하다가 다른 뜻이 있어 소리의 길을 걷고 있는 정민영씨는 동남풍의 내력, 지명과 곁들인 인연을 아니리와 소리를 적절히 조화시켜 맛깔스럽고 구수하며 정감이 있고, 고전과 현대를 가미하여 표현해서 모든 관중들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특별 출연한 도 무형문화재이자 부안 농악의 예능 보유자 나금추 선생이 보여준 부포 놀음은 우리나라 일인자로서 보는 이들의 감동과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은 호남우도농악이 화려한 고깔과 의상을 선보이며 농악을 세계 속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끈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역할을 하였다.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이 만석이 돼 객석에 있는 모든 이들의 걱정 근심을 털어내고 신명과 흥의 끈을 이어 우리의 삶을 축복해주는 공연이었기에 많은 관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며 따뜻하고 감미로운 동남풍이 계속 불어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안고 돌아갔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