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이  경  아

묵은 때 씻긴 얼굴
구름 층층이 밟고 그립게 솟았다

솟아라
더 높이 솟아올라라
세상 곳곳 이랑이랑마다
꼭꼭 숨은 덫들일랑 샅샅이 찾아내어
근심과 남루를 지우며 솟아라

동여맸던 질긴 어둠의 벽 뚫고 넘어
시위를 힘껏 당긴 시간이
빛 갈기를 휘날리며
한 겹 한 겹 꿈을 펼쳐 놓았다

거친 삶이 깊어가는 늑골에 박혀
통증에 짓물러도
몰아치는 풍랑 앞에서도
언제나 하늘 바라지 않은 때 있었던가

푸른 이마에 얹힌 해야
놓을 줄 모르는 맨손으로
태초의 빛 아우르는 현을 켜
옹골찬 꿈을 기꺼이 노래하고 싶구나

시인 이경아: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이사, 석정문학 동인, 기픈시 동인, 청사초롱 문학동인 회장역임, 군산여류문학 회장. 시집『물 위에 뜨는 바람』,『내 안의 풀댓잎 소리』,『오래된 풍경』,『시간은 회전을 꿈꾸지 않는다』등 성원문학상(196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