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천운 교수 칼럼) 월명찬가2014-01-14 09:31:37
전천운 호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명을 만나보면 그에 대한 찬가가 읊조려진다. 예로부터 인간에 대한 칭송은 용비어천가가 되기 쉽지만 자연에 대한 예찬은 그 자체가 자연스러워 지나침이 없다 했다. 월명과 헤어져 속세에 묻히면 그의 잔잔한 인품이 다시 그리워진다. 나른한 그리움을 달래보려 월명을 다시 찾아보면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진하게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다.
월명은 황진이를 연상시킨다. 월명의 고즈넉하고 청초한 자태와 인자한 덕성을 접하다 보면 단아한 몸매에 미모와 천재성을 한껏 발휘했던 황진이가 생각난다. 이는 황진이가 조선 최고의 군자라 불리던 벽계수를 유혹하기 위해서 지은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에 담겨 있는 명월이라는 시어에 연유하기도 한다. 월명은 달의 밝은 빛이고 명월은 밝게 빛나는 달이다. 월명과 명월은 형용사와 명사의 앞뒤가 바뀌었을 뿐 그것들이 주는 이미지는 대동소이하다. 다시 말해서, 월명이든 명월이든 모두 보름달과 연관되어 있다.
초저녁 은은한 보름달 달빛을 받으며 월명을 소요하다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이름을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든다. 절세 미인 황진이가 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을 탐닉하거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천재적 재능을 자유분방하게 발휘하였다는 측면에서 그녀는 아프로디테보다는 아르테미스를 닮았다. 월명도 원더풀하게 아름답거나 황홀한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싸 안는 신비스러운 멋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테미스적이다.
월명은 화려하거나 거창하기보다는 절제된 아름다움과 정숙함을 겸비한 여인의 자태를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월명은 완만한 산과 청명한 호수를 거느리고 있어 그를 찾는 모든 이에게 쉽게 접근을 허용한다. 월명은 어머니 품안같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시장의 소음도 공장의 기계음도 거리의 경적음도 그를 만나면 적막함으로 남는다. 사람들의 울화와 분노도 그를 만나면 가랑잎새도 미동치 않을 속삭임으로 정화된다. 만약 월명에 사슴이나 노루를 몇 마리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아르테미스를 닮은 공원이 될 것 같다.
아르테미스는 달과 처녀와 사슴을 상징하는 그리스의 신이기도 하다. 처녀는 손대지 않은 여자이다. 월명이 은근하고 절제된 미를 갖춘 아르테미스로 남으려면 가능한 한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남정내의 입김을 쐰 처녀는 이미 처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명은 이태백을 연상시킨다. 당나라 시대의 천재시인이자 기인의 삶을 살았던 이태백이 술에 취해 호수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호수에 뛰어들었다는 일화에 연유하기도 하지만 달을 보고 고향을 생각하는 나그네의 심정을 노래한 시인 <정야사>, “ 침상머릿맡에 밝은 달빛, 땅에 내린 서리인가, 고개 들어 명월(明月)을 보곤, 다시 숙여 고향 생각.” 에 담겨있는 명월이라는 시어 때문이기도 하다. 월명은 이태백이 노래할만한 모든 낭만과 정경을 갖추고 있다. 월명에 올라가면 강과 들과 바다의 삼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군산의 모든 풍광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태백이 되어 월명을 에두르고 있는 친구들을 읊어볼거나!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인가! 아담하고 푸른 호수는 비상하는 비둘기를 닮았구나. 호수에 비친 보름달은 너울거리는 물결과 어우러져 나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구나. 저어기 금강하구둑이 마치 성채와 같이 아스라이 보이네. 금강이 한 폭의 비단이 너울거리듯 유유히 흐르고 있군. 강변을 따라 공원과 산책로가 방갈로같이 뻗어 있군. 강건너 지척엔 아담한 장항이 자리 잡고 있군. 준공을 앞두고 있는 군장대교에 부산 광안리대교 같은 화려한 조명을 설치하면 장관을 이루겠군. 저 멀리 바둑판같이 가지런히 정리된 옥토가 풍요를 가져 오겠군. 희미하게 보이는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군도들도 서해와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구나!
네 친구들을 찬미했지만 월명, 너야말로 한없이 예찬하구 싶구나. 너의 관대함과 덕성은 이루 형언할 수 없구나. 너는 시내에 사는 누구든, 언제든, 어디에서든 부담없이 접근하도록 하는 아량을 가지고 있구나. 다양한 산책로를 품고 있어 너를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 자기에 맞는 코스선택을 허용하는 너의 배려심도 그지 없구나. 월명! 철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그대의 멋이 그리워 날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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