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올 6월2일에 전국적으로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구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가 벌써부터 국가적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라 지방마다 시민들의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때맞추어 자천 타천으로 출마에 뜻을 둔 입지자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한 행보가 바빠지고 특히 자신들의 인생역정을 담은 책을 만들어 대대적인 ‘출판기념회’를 열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출판기념회에서 소개되는 책들을 보면 자신의 인생역정을 중심으로 쓴 회고록 또는 자서전 형식이거나 사업경영실적과 성공한 사회적 업적들을 홍보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이었거나 실패하였거나 의미있는 삶이었기에 이를 책으로 만들어 사회에 내놓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귀감으로 사랑받고 싶어 책을 낸다면 출판기념회를 굳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 책들이 선거철에 맞춰 급하게 짜 만들어져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만큼 인간적인 진실성이 담기지 않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뿐인 그저 그렇고 그런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권력을 향한 위선과 오만의 시대를 비판했던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생각나는 연유이다.
껍데기는 가라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 논 /
아사달과 아사녀가 /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껍데기는 가라> 전문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들 ‘출판기념회’가 진정으로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모임이라기보다 입지자의 이름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에 목적이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책의 알맹이가 있든 없든,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든 말든 애당초 그런 것이 아닌 이름만 알리면 되는 ‘행사’인 것이다.
이 행사에 초청된 사람들은 진심으로 책 출판을 축하하거나 저자의 삶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참가한 것이 아니라 입지자의 들러리를 서거나 박수를 쳐주거나 마지못해 책값 명목으로 내는 후원금을 내주기 위해서 체면치레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출판기념회를 연 어느 입지자는 굳이 책값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법에 저촉이 되기 때문에 부득이 책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더러는 이 책값으로 대신 걷힌 후원금이 자녀 하나 결혼시킬 때 받은 축의금 수준이라는 소문도 있어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
이제 다섯달 쯤 뒤면 선거가 실시되고 누군가가 시민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동안 입지자들은 선거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름과 능력과 비전을 알리기 위해 총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과연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포장된 책을 선택의 기준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삶에 대한 공감과 감동의 씨앗을 책 속에 담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정치적 소신이라도 솔직하게 밝혀 담아야 하는 것이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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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