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오만과 편견이 진정한 이해와 사랑에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얼마나 큰 사랑과 이해의 노력이 필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편견을 가진 사람은 오만한 태도를 가지기 쉽고 어려움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존중이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심전심적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다문화가족들을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와 민족 간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문화와 문화 간의 칸막이는 걷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세계화로 치닫고 있고 다문화사회가 급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나 민족 간의 소통과 연대의 가치가 숭상되고 분열과 갈등이 무가치시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지구인으로 평화와 공존을 지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평화와 공존은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은 이러한 상황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타국가나 타민족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오만이 엄연히 존재한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이미 낡은 고전이 되어버렸건만 우리의 의식 한 켠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민족공동체를 강조해왔던 역사, 해방이후 남북한의 극단적 대치상황에서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국가공동체를 강조해왔던 역사의 잔재이며 후유증이라 볼 수 있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인류에게 크나 큰 재앙을 초래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소통과 화합보다는 분열과 갈등을 많이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세계화시대에는 금기시되어야 할 어설픈 신념으로 추락해버렸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는 타국민이나 타민족에 대해 편견과 오만을 조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수가 140만명을 넘었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문화자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 전반에 있어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의 첫 단추는 지금까지 당연시되던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한국문화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타문화나 풍습을 업신여기거나 도외시하는 오만과 편견에서 탈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