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사단상-크고 긴 감동을 남겨주신 교황님2014-09-01 10:13:40
법무사 최정욱
부끄럽게도 저는 본명을 베드로라고 하는 세례를 받은 천주교인입니다.
제가 부끄럽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하쟎은 주제에 늘 하느님 계심을 믿지 못하고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을 의심하면서 몸으로만 성당의 문턱을 기웃거리는 나이롱 신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주일에 성당을 가면 수많은 교우들이 숙연한 분위기 가운데에 열심히 기도하면서 지나간 한 주일의 잘못을 반성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저도 눈을 감고 기도하는 흉내를 내 봅니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아내가 옆구리를 꾹- 찔러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시침을 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이 때로는 가슴에 와 닿는 경우도 있고, 어떤 날은 거시기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이 마뜩잖게 들리는 날에는 생뚱맞게도 불경스런 못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저- 미사곡에 나오는 대영광송 가운데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성부 오른 편에 앉아 계신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예수그리스도님,
성령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안에 계시나이다.
아--멘, 아----멘“
성가(聖歌)를 따라 부르다가도 주님께서는 어찌하여 성부(聖父) 오른편에만 앉아 계실까?
그렇다면 왼편에는 어느 분이 앉아 계실까?
앉아 계신다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실까 아니면 의자에 앉아 계실까 하는 등등의 쓸데없는 잡념들 말입니다.
교황님, 저는 주님이신 예수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지 천년을 두 번이나 지난 이 시점에 이르기 까지 주님께서 베푸신 기적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님의 재림을 확신하는 절신한 교인들의 외침에도 글쎄올시다라고 하면서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교인들이 순교를 하면서까지 주님의 재림을 강고하게 믿고 의지하건만 제 눈으로 보지 않았다고 해서 의심하는 저는 분명 파문(破門)을 당하여야 마땅한 성당의 노숙자이자 나그네임에 틀림없습니다.
교황님.
졸지에 귀중한 자식들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조금은 우수에 젖은 듯 깊게 패인 눈으로 긴 말씀 없이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진심으로 아프게 응시하며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가누기조차 힘든 몸이지만 파파의 손이라도 잡아 보려고 애쓰는 장애인들과 천진한 어린 아가들에게는 스스로 몸을 낮춰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축복의 기도를 드리는 인자하면서도 웃음 지우지 않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처럼 살아있는 성자(聖者)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대통령께서 흘리시는 두 줄기 눈물을 보면서도 멀뚱멀뚱하던 이 나라 국민들이, 이 땅에 머문 지 불과 100시간 남짓한 짧은 순간, 고난과 슬픔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셨건만 이나라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비바 파파를 환호하면서 열광의 인간파도를 이룬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잘난 체 말마디나 한다는 이 나라 지도자들이라는 사람 어느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는, 소외받고 고통 받는 이들과 같이 아파하고 껴안는 진정성으로 감싸여 있는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감동한 나머지 가슴이 허허로운 이 땅의 민초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뽀얀 시야에 비쳐진 당신의 모습이 살아있는 성자로 보인 때문이 아닐까요?
교황님
이제 저는 당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믿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이천년 전의 나사렛 예수께서 이 시대에 현신(現身)하시여 복음을 전할 것이라는 세속적 재림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항상 다른 이를 위하여 존재하라. 행함이 없는 믿음은 곧 죽은 믿음이라” 면서 하찮은 발자국조차 남기 않고도 이 땅이 안고 있는 각종 고난과 부조리에 단호한 경종을 울리면서 크고도 긴 감동을 두고 떠나신 당신을 통해 재림의 뜻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비바 파파. 아--멘.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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