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의 예수는 낮은 곳에 있다2014-09-11 10:32:25
여울 김준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동안의 우리나라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셨다.
그가 머문 100여 시간은 마치 오랜 가뭄으로 메말라 있던 대지에 내린 단비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일구어 놓았다.
그럼에도 그가 떠난 뒤 많은 이들의 가슴에 허전함이 남는 것은 사람들이 그동안 극심한 영혼의 갈증에 목말랐기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정 종교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의 가슴에 울림과 감동을 일으켰으며 고귀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는 영성의 손길을 펼쳤다.
그는 가는 곳마다 맑은 영혼의 어린 아이와 약하고 힘들고 고된 삶에 지친 이들과 사회적으로 홀대받고 소외되어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가슴에 품어주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사회에 어떤 역사를 이루었는지 되돌아본다.
프란치스코는 가는 길목마다 어린 아이에게 입맞춤으로 사랑을 나타냈다.
프란치스코에게 어린 아이는 맑은 영혼의 메신저(천사)이고 이 세상의 미래(희망)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과 명예와 경쟁의 허욕이 창궐하고 독선과 오만과 편견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사회를 구하고 사람들을 새롭게 변화시킬 미래의 희망을 어린 아이들에게서 찾으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아 부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희망을 오늘의 삶의 등대로 비추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예수는 어린 아이들에게 있다.
프란치스코는 이 나라에 있는 동안 온 시간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였다.
대통령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교황은 오는 날부터 가는 날까지 가슴에 품었다.
그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고 호주머니에는 유가족의 편지가 들어 있었으며 유족들이 400여 ㎞를 걸어 들고 온 십자가는 교황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사회적 중립을 위해 노란 리본을 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일부 교단의 조언도 “유가족의 아픔 앞에 중립을 할 수 없다”면서 리본을 떼지 않았다. 교황은 바티칸에 가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기도는 대한민국의 부패한 물질사회와 오만한 권력체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무슨 어버이연합과 아줌마부대까지 동원하여 유족들을 윽박지르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피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정치판에 화살을 날린 것이다.
교황의 편지는 그가 떠난 뒤에도 팽목항 실종자 유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있지 않는가. 프란치스코의 예수는 권력의 품안에 있지 않고 약하고 힘든 이들의 아픔과 함께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젊은이들에게 “깨어 있으라”고 말한다.
물질주의의 유혹과 이기주의와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워야 하며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실천할 것을 바란다.
그는 고급 승용차도 대포를 쏘고 총칼을 든 의장대 군인들이 도열한 청와대 환영식도 불편할 뿐이다.
그는 작은 차를 타고 사람과 만날 때마다 내려서 손을 잡는 일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을 만나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밀양 송전탑에 밀린 농민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품었다.
프란치스코의 예수는 저 오만한 권력과 재벌의 성 안에 있지 않고 젊은이들과 노동자들과 권력으로부터 소외받는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그들의 종교를 위해 희생한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집전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그의 4박5일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가 떠났어도 많은 국민들이 그의 자취와 체취를 다시 음미하고 새기는 것은 그가 남기고 간 울림이 우리 가슴을 크게 두드렸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수년전 동서유럽사회와 동아시아를 두루 체험한 뒤 특정 종교인이 아닌 ‘다종교주의자’로 산다.
오늘도 낮은 곳에서 밥을 푸는 최일도 목사와 아프리카 빈민촌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꽃피운 이태석 신부 그리고 무소유의 법정스님을 존경하듯 또 한분의 종교인을 존경하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도 뜨거운 울림이 들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울림이 정의와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중심 사회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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