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2014-10-28 14:35:25
여울 김준기
“커피 나오셨습니다.” “오천 원 받으셨습니다.” “가지고 오시겠습니다.”
백화점이나 가게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듣는 사람은 불편한데 말하는 사람은 뭐가 잘 못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568번째 한글날에 즈음하여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그리고 유통업체들까지 나서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는 반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세종임금이 우리 한글을 만드실 때 한자중심의 학문과 언어생활 환경에 익숙해져 있던 유학자들과 일부 대신들까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앞세워 임금에게 우리말 만드는 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세종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굳은 신념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우리 글 한글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중국 대륙의 일부 지역과 몽골, 동남아지역의 부족국가에서도 그들 고유의 말과 글자가 있었으나 차츰 그 힘이 약해져서 이제는 우리 한글만이 한자어 굴레를 벗어나 세계어로 발전하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런 자랑스런 민족의 유산이요 문화발전의 원동력인 우리 한말글이 요즘 들어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도 민족 주체의식을 바로 갖지 못하고 한자숭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에 빠져 우리말글을 얕잡고 함부로 써서 더럽히고 있으니 이는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오 민족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짓이다.
우리 한말글의 발전을 가로막는 현상을 살펴보면 한자어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영어 등 외래어의 범람 그리고 우리말 기본 어법을 무시한 잘 못된 언어습관과 은어 비속어의 유행 등에 원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 말글의 발전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 사회 지도층과 기업과 단체들이 오히려 오염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문제가 크다.
공공기관의 한자와 외국어를 사용한 공용어를 시급히 우리말로 바꿔야 하고 학술용어나 법률용어 의학용어들도 쉬운 한글말로 바꿔 써야 한다.
병원에서 윗턱 아랫턱을 상악 하악이라 한다든지 발관절을 족부관절이라고 하는 것들은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것들이다.
학교 교육과정에 한문과목을 다시 넣자는 주장이나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쓰도록 하는 교육부의 정책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도 부끄러운 망발이었다.
한자로 기록된 우리나라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기 위해서 한자 공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나 온 국민이 한자를 공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어와 외국어의 학습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 말글을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정도의 국민교육이 필요한 것이지 온 국민이 외국어를 공용어로 쓰도록 교육하려는 것은 민족의 영혼마저 버린 망발인 것이다.
지금 정부와 지식인들은 자랑스런 우리 한말글의 세계화 정책을 내놓고 추진해야할 역사적 시대적 사명을 실천해야 할 때다.
정부를 포함한 여러 기관의 행정용어를 우리 말글로 바꿔 쓰는 일은 시급한 현실적 과제이다.
아직도 기관 이름을 한자로 써서 달고 있거나 사업계획서와 보고서를 한자와 외국어어로 쓰는 공직자들이 많다.
한자나 외국어로 쓰면 더 품위 있고 유능해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얼마 전 한글로 고쳐 쓴 국회의원들의 멋진 배지가 선보였다. 지방의회에서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종업원들에게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엉터리 존댓말을 바르게 고쳐 쓰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참 잘하는 일이다.
이런 우리말글 바로 쓰기 운동이 온 나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오천원 받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커피 나왔습니다. 오천원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어느 가게에서나 밝게 들리는 듯하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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