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경이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엄마는 오늘도 너의 사진을 보며 얘기를 한단다. 울 딸 방이 아니면 잠들기가 너무 힘들어. 내 딸 너무나 보고 싶다.

금방이라도 엄마! 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이제는 널 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는구나.

 사고 난 지 일주일 만에 울 딸이 이름 대신 가지고 온 번호 107. 10월 7일에는 네가 수학여행 가면서 가져갔던 가방이 돌아왔단다.

 진흙 냄새로 가득한 너의 가방을 부둥켜안고 한동안 목메어 울었단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떠있던 너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서. 고이고이 접어둔 채 한 번도 펴보지 않았던 옷이며 양말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더라.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운 내 딸 수경아. 꿈속에서라도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널 꼭 안아주고 만져주고 얘기하고 싶구나.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너무너무 많았을 텐데 제대로 해 준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가슴 치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었던 게 없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가끔은 엄마의 눈물이 하늘나라로 가는 너를 붙잡는 것 같다. 울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모두 훨훨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려무나.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내 딸 수경아, 17년 동안 엄마 딸로 살아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와줄 거지? 사랑해.”

한겨레신문이 세월호 사고 이후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부모들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매일 싣고 있다.

위 글은 단원고 2학년 임수경양(17세) 엄마가 딸 수경양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이 글을 소개한 것은 엄마의 눈시울 적시는 애절한 마음을 대하면서 이들 유족들의 슬픈 마음을 함께 하고 또한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청천벽력같이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부모로서 미어지는 슬픔을 하루하루 어떻게 감내하며 살 것인가. 이들 유족들의 비통함은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말한 고은 시인의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세월호 침몰에서 과연 무엇을 했을까. 우리는 참으로 한심한 정권에서, 한심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국가가 이들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죽였다라고 말을 해도 그 어느 누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 10위권이며 곧 선진국대열에 합류한다고 모두들 들떠 있더니 세월호 참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니 참으로 참담한 노릇이다.

더욱이 사고 후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6개월이 지나도록 국회는 싸움질로 날을 세우는 등 나라 꼴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원성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말에야 가까스로 사고 후 200일 만에 여야간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타결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세월호 대참사는 국가기관 곳곳에 독버섯처럼 찌든 부패와 안일에서 비롯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협상타결과 함께 이제 모두 이 아픔을 딛고 앞으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재앙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권의 대변혁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국가개조 차원의 대대적인 국정개혁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