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문화원장
생각만 해도 설렘 가득한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하면 가족, 정, 고향, 형제, 부모 등 언제 들어도 가슴 따스해지는 말들이 뇌리에 스친다.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며 가족간의 정을 돈독히 다진다.
옛날에는 설 명절 이후 음력 정월 내내 행해지는 행사들이 많았는데 대략 차례(茶禮), 설빔, 설날 가신(家神) 위하기, 성묘(省墓), 세배(歲拜), 청참(聽讖), 주머니 달아주기, 복조리 걸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설날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를 ‘설 차례(茶禮)’라고 한다. 명칭도 다양하여 차사(茶祀), 제사라고도 하며 제물과 관련하여 떡국차례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차례는 설날 새벽이나 아침 일찍 지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음력 섣달 그믐날 자시(子時)에 지내며, 편의상 그믐날 저녁이나 밤에 지내는 지역도 있다.
설날 새벽에 일찍 지내는 경우는 아침 햇살이 문살에 비치기 전에 지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다른 집에서 아침에 개에게 밥 주기 전에 지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차례를 일찍 지내야 함을 강조한다.
차례가 끝나면 음복을 하는데, 이때 차례 상에 올렸던 물을 먹으면 무서움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세주는 맑은 청주이며 역시 차례상에 오르고 산뜻한 봄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차례를 지낸 후 가족들이 함께 마신다.
설빔은 설에 입는 옷으로 설범․설볌․설비심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에서 빔(범․볌․비심)의 뜻은 명절이나 잔치 같은 때에 새 옷으로 차려입는 일이나, 그 옷을 말한다.
설날에는 조상의 묘소에 절하고 살펴보는 예를 행하는데 이를 성묘(省墓)라 한다.
성묘를 망인(亡人)에게 인사드리는 것이라 하여 세배(歲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설날 아침에는 집안 어른과 이웃 어른들께 큰절로 인사를 드린다. 이를 보통 ‘세배(歲拜)’라고 하며 지역에 따라 ‘새(햇)세배’라 하는 곳도 있다.
동기(同氣) 간이나 부부간에는 서로 맞절을 한다. 세배를 하면서 만수무강(萬壽無疆)을 기원한다. 어른들은 학업 ․ 소원 ․ 혼인 ․ 운수 ․ 건강 ․ 풍년 등과 관련한 덕담(德談)을 한다.
근래에는 이웃과의 정의 돈독히 다지는 이 같은 행사가 사라져가는 현상이지만 성산면 산곡리 등 시골에서는 연휴동안에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이 오랜만에 옛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금광동 삼성아파트는 우연찮게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살아 더러는 실버타운이라고 불리는데, 명절 때는 연휴를 틈타 부모님을 뵈러 온 젊은이들의 승용차들이 꽉 들어차 늙은이로서 흐뭇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올해 설은 5일간의 연휴이니 기분 좋은 날이 그만큼 더 길어질 것이다.
이번 설은 전통문화인 ‘효’와 ‘그리운 만남’을 갖는 다는 측면에서 삭막한 우리 정서에 포근하고 편안한 윤활유 역할을 하리라 본다.
이번 설 명절이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간 따스한 사랑을 확인하고, 어려운 이웃들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모든 이에게 살아있음이 큰 의미가 되길 기대해본다.
필자도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올해 설 명절은 왠지 더 기다림과 그리움이 크다.
올해 설 명절에는 모처럼 가족,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진한 사람 내음을 두고두고 내 코끝에 담아 두리라고 마음을 다져본다.
아울러,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따뜻함이 배인 말 한마디와 떡 한쪽이라도 나누는 작은 나눔도 실천하고 싶다.
모두에게 고향의 편안함과 가족의 정이 차고 넘치는 설 명절이 되길 소망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