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인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더니 형인 그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지병인 폐암 투병중에 숨졌다.

형제간에 상속재산 소송을 벌이면서 형은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건희는 형제간에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한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형에게 “이맹희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할 상대가 안된다. 우리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맹비난했다.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형제끼리 이러한 막말을 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국민들은 TV를 통해 지켜보아야 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우리나라 제1의 재벌 형제들이 시정 잡배처럼 재산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얼마 전 롯데그룹 형제들의 싸움도 막장드라마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몸도 성치 않은 아버지를 내세워 동생 신동빈을 이사직에서 해임하자 하룻만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 결정이 불법이라며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해임하는 등 경영권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아버지 형제들에 이어 아들들도 형제간에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현대와 두산, 한진, 한화도 분쟁을 겪는 등 재벌들이 벌이는 형제간의 다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결국 돈 앞에서는 형제, 부모들도 서로 등을 돌리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이번 롯데의 경우, 형제들의 싸움은 그렇다치고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던 신격호 회장의 아들들이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렸을 적, 자장면을 좋아했던 나는 화교들이 경영하는 중국집에 갈때마다 중국집 아이들이 자기 나라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감탄을 했었다.

아이들에게 자기나라 말을 잊지 않고 가르치는 것은 이들에게 조국을 항상 생각하는 심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격호 회장은 일찍이 일본에 건너가 온갖 고초를 견디면서 오늘 날 롯데를 키워왔고 우리나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말없는 성원과 경의를 표했었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아들들이 서로 다툼을 벌이면서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롯데 껌부터 라면 등 롯데 브랜드에 자긍심을 갖고 롯데를 사랑해온 국민들은 이번 일로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배신감마저 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아이들에게 조국의 말을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무슨 일을 한다면 누가 이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초등학교때 배운 형제의 볏단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우애 깊은 형제가 함께 농사를 지어 추수해서 서로 나누었는데 그날 밤 동생은 형님이 식구가 많다며 몰래 형님 볏단에 벼를 쌓아놓고 형은 또 동생이 어려울텐데 하며 벼를 동생 볏단에 얹어놓고 하면서 서로 만나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다.

 ‘형제간의 우애’야말로 가정을 지키는 디딤돌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형제간에 소송이나 하고 낯 뜨거운 싸움질을 한다면 과연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또한 근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진정으로 근로자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협력하는 중소기업들을 강하게 키우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재벌들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낱 희망사항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