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9월 30일 생으로 히토쓰바시 대학 재학 중 기성의 가치에 반발하는 전후세대의 양상을 나타낸 ‘태양의계절’이라는 소설로 1956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소설가.

그런가 하면, 극우화라는 일본사회의 시대적 배경을 발판 삼아 “일본은 NO라고 말 할 수 있다”는 글을 써서 전 세계 지성인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건만 이를 빌미로 다수의 옹졸한 일본인들로부터는 절대적 지지(?)를 얻어 1999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도쿄 도지사를 지내기도 한 노회(老獪)한 정객.

도쿄 도지사 재직시인 2000년 방재의 날에는 자위대 앞에서 “불법이민이 많은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인이 흉악범죄를 되풀이 하고 있다. 큰 재해가 일어날 때 소요가 예상되는 바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선동적 연설을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악몽 같은 저-관동대지진을 떠 올리면서 분노에 치를 떨게 한 장본인.

관동대지진이라-1923년 9월1일 일본 간토. 시즈오카. 야마나시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를 계기로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하는 일본, 당시 야마모도 내각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으나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자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탓이라고 헛소문을 퍼트리고 조선인 학살을 선동한 것이 바로 관동대지진 사건이 아니던가?

이를 염두에 두면서 망언을 서슴지 않던 이시하라 신타로. 그를 기억하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후인 1954년 9월, 미국을 등에 업고 안보법안이라는 미명아래 군비확장을 서슴지 않고 있는 현재 일본의 총리대신, 아베 신조가 태어났음이 우연의 일치일까?

필자는 이 점을 껄끄럽게 느끼면서 주목합니다.

그가 또한 누구입니까?

앞서 밝힌 이시하라 신타로를 정치적 대부(代父)로 하는 아베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주변국가에서 그렇게 말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내 배 째라는 오기로 무상출입 하면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건드리고,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는 “냄새가 나는 것은 덮어 두라”는 일본 속담처럼 일관되게 사과와 배상을 회피 하고 있지 않은가.

희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하여 두 손을 번쩍 들고 무조건 항복하면서 게다짝을 질질 끌고 황망히 현해탄을 건넜던 그들이 7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교묘한 국제정세의 물결을 타고 다시 한 번 세계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자 하는 저의를 지켜보면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의 심사는 솔직히 편치가 않습니다.

지난 8월 14일 전후70주년 담화에서는 고작 한다는 소리가 “과거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 아들과 손자,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도 사죄의 숙명을 안겨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검은 속내를 고스란히 들어 내보이면서 목에 힘주어 말하는 그 유들유들한 모습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과거 일본이 이웃나라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의 뜻은 찾아 볼 수 없는 아베의 편협한 생각을 우리는 그저 남의 나라 일이라고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일 진데, 아베를 위시한 다수의 우익적 보수성향을 가진 일본인들의 잘못된 이런 생각을 속 시원하게 나무랄, 누구 안 계신가요?

이런 아베가 지난 9월 8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하여 무투표 당선됨으로써 총재직은 물론 특단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3년간 총리직 연임을 보장받게 되었다는 점은 우리의 심사를 더욱 심란하게 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북경에서는 1만 2천명의 대 군단이 참여하는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이 거행되고 그 자리에는 시진핑 중국주석의 옆자리에서 참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일본인들의 심사가 자못 착잡하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로되 “중국의 기념행사는 과거에 치중한 것으로 유엔은 회원국들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촉구하여야한다”고 비방 항의하는 일본에 대하여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교훈을 배워왔는지, 그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더 밝은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열병식 참석의 참된 목적”이라고 단호하게 언급한 반 총장의 지적은 옳고도 당연하였습니다.

평소 사람 좋은 호인으로 물썽하게만 보와 왔던 반기문 총장에게도 저런 결기가 있었던가 싶어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왜 아베 신조를 비롯한 일본의 우익적 편향의 집권자들은 지성과 양식을 가진 많은 시민과 사회단체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평화를 위협하면서 재무장을 보장하는 안보법안의 강행처리를 그토록 끈질기게 획책하고 있는가.

역사적으로 축소지향의 일본- 작고(小) 가볍고(輕) 얇은(薄)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이면서도 유독 영토문제만은 탐욕이 지나쳐 국력이 커지면 반드시 대륙침략의 야욕을 포기 한 적이 없는 동전의 양면성 같은 일본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가까이도 멀리도 할 수 없는 일본의 오늘을 눈여겨 주목하는 겁니다.

과연 일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