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넋을 잃은 정부의 교육정책2015-09-30 09:15:09
여울 김준기
교육이 나라의 백년 앞날을 결정한다. 교육이 잘 못되면 나라의 백년 앞날이 잘 못된다는 말이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시행할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지침 가운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쓰겠다는 것과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꾼다는 내용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쓰겠다는 이른바 한자병기 시책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교육단체와 여러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슬그머니 그 결정을 다음 해로 미룬다고 한다.
교육부의 한자병기 시책 논리는 많은 우리말이 한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를 같이 써야 글의 뜻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언뜻 그럴싸하지만 이는 우리의 말글생활을 잘 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에 한자와 관련된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거의 모든 말들이 우리 한글말로 바뀌어 굳이 한자를 쓰지 않아도 아무 불편 없이 소통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우리 글로 ‘학교’로 쓰고 익히면 되지 굳이 ‘학교(學校)’로 쓰고 ‘배울 학, 학교 교’로 익혀야 뜻이 통하는 게 아니며 학생(學生)으로 쓰면 오히려 한자 때문에 읽고 쓰기에 더욱 불편하다.
더구나 초등학생들에게는 한자 ‘學校, 學生’을 더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될 뿐이다.
한자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자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한글교육세대가 사회의 말글생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시대에 교육부가 느닷없이 한글병기 시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나라들의 모국어 교육 방향에도 거꾸로 가는 낡은 주장이다.
학교의 한자교육 배경에는 관련 이익단체들이 작용하고 있다. 한자 교과서와 참고서 출판업자 그리고 학원업자들과 한자 숭배자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민족교육의 백년 앞을 위해서가 아니라 막대한 기업이윤을 얻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넘어 초등학교까지 한자교육 도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가 되면 우리 아이들은 또 하나의 한자 학원을 다니게 되고 부모들은 더 많은 학원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정도의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에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교육부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이 짊어지고 있는 사교육의 짐을 더 줄이는 시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겠다는 시책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시책은 그 배경에 집권세력과 우익세력의 역사관이 작용한 매우 위험한 생각이 깔려 있다. 교육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발행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기록이 좌편향적이라고 보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논리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금의 한국사 기술이 교과서에 따라 일본의 식민지배와 광복 이후의 독재정치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므로 이를 국가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을 평가하여 역사교과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뉴라이트학파를 앞세운 친일관련 세력과 5.16구테타와 유신 관련 세력들의 주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광복 이후 지금까지 권력의 중심 혹은 그 주변에서 집권세력의 권력을 배경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국가정책들이 곳곳에서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증후를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의 평가를 특정이념을 잣대로 삼아 일방적으로 획일화할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 일본의 정권이 그들이 벌인 전쟁 역사를 미화하고 다시 군국주의 헌법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그 본보기이다.
우리 말글에는 우리 얼이 살아 있고 우리 역사에는 우리 넋이 살아 있다. 이 얼과 넋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초등 한자병기 시책과 한국사 국정교과서 정책은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사교육의 늪으로 밀어 넣고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흐리게 하는 넋을 잃은 정책이다.
온 국민이 이를 막아내어야 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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