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을 이겼는가?2016-03-21 09:05:17
여울 김준기 (시인, 전직 교장)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5번기가 알파고 4승으로 끝났다. 앞서 3연패한 이세돌 9단은 ‘이세돌이 진 것일 뿐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4국에서 알파고를 180수만에 불계승으로 이겼다. 현재 세계 랭킹1위인 중국의 커제는 역대 전적 세계 최강자인 이세돌이 ‘인간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고 안도의 찬사를 보내왔다.
알파고가 어떤 존재인데 세계 바둑계를 뒤흔들고 있는가?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0개의 서버로 이루어진 컴퓨터체제다. 알파고에는 100여명의 과학자들과 1000명이 넘는 두뇌가 동시에 동원되어 순식간에 10만개의 경우의 수를 연산해 낼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비유하자면 군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을 순식간에 10만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19 눈금 위의 바둑판에서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한다.
알파고에는 세계 최고의 기보가 수 천만 개 입력되어 있고 여기에 한 점을 놓을 때마다 100만 번 이상을 학습 시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한 수를 가려내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지능을 갖춘 컴퓨터 알파고를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바둑을 시작하기 전에 이세돌 9단은 5대0 또는 4대1 정도의 승리를 예측했다. 물론 다른 여러 프로기사들의 의견을 참고한 예측이었다. 그러나 1,2국을 지면서 자신감 대신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고 3국에서는 포기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후배 기사들과 밤을 새우며 기보를 분석하고 마음을 다잡았고, 세기의 대결에 쏠린 지구촌 사람들에게 ‘이세돌이 진 것일 뿐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고 희망을 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넷째 판에서 통쾌한 승리를 이끌어 냈으나 마지막 5국을 다시 알파고에게 내주었다. 5국의 승패는 50대50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었다.
이 대결은 승패를 떠나서 우리 인간에게 몇 가지 우려와 중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을 이긴 것인가? 인공지능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결국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컴퓨터)의 차이는 ‘생각하는 힘’을 지녔느냐 아니냐에 있다. 컴퓨터의 연산기능이 인간의 두뇌를 이미 넘어서고 있지만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지니지는 못했다.
알파고처럼 어떤 경우의 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비슷한 기능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는 가치의 판단이 아니라 확률의 높고 낮음을 구별하는 수준이다.
희노애락의 감정과 선과 악의 도덕적 판단을 주축으로 하는 인간의 ‘생각’은 아직은 인간만의 절대영역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기억력, 연산능력 같은 단순지능과 운동능력 조차 인간이 제공하는 지능체제에 의해 조작되고 조정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결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기우일 것이다.
알파고 팀의 대표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의 기보를 분석하여 더 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한 것처럼 결국 알파고도 인간의 조정을 받는 기계인 것이다.
인공지능의 진화와 발전은 인류의 산업발전에 이미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현장의 기계화는 인간의 힘든 노동을 대신하는 한편 많은 일자리를 차지해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이 완전히 발달하면 인류의 종말이 온다. 기술발전이 사회 불평등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로봇보다 자본주의가 더 무섭다’고 했다.
문제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기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이 생각하는 사람, 가치 지향적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 절대목적이 여기에 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