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은 개·돼지 같은 존재’, 당신은?2016-07-19 08:49:09
여울 김준기 (시인. 전직 교장)
‘99%의 민중은 개·돼지 같은 존재다’, ‘신분제 사회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망언의 밑바탕에 실제로 현재 한국사회가 ‘신분제 사회’라는 의식이 1%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또는 은연중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우리 사회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나씨의 발언은 이런 현상을 배경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나씨의 주장을 들여다보자.
‘99%의 민중은 개·돼지 같은 존재다. 그러므로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몇 퍼센트를 떠나서 과연 민중은 개·돼지와 같은 존재인가? 여러분은 동의하는가? 아무도 선뜻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온 사회가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씨는 왜 그렇게 주장했는가? 개·돼지는 먹이를 가지고 관리한다. 용도에 따라 먹이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고 먹이를 가지고 훈련을 시킨다. 나씨는 민중을 적당히 먹고 살게만 해주면 관리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나씨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 경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1%들의 생각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논리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라. 기득권자들의 횡포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좌편향으로 따돌리고 그들에게 관용하거나 심지어 편승하여 영리를 얻는 우리 이웃이 있지 않은가. 권력의 주변에서 기생하는 수많은 단체들, 그들은 스스로 개·돼지임을 자처한 것이다.
그들의 영혼은 떠돌이다. ‘개·돼지면 어떠냐,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그들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1%가 그들을 보며 ‘민중은 개·돼지와 같은 존재’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신분제 사회를 더 공고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하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는 나씨의 주장은 언뜻 왕조 신민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한국사회가 ‘신분’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출생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면 그 사회는 신분제 사회일 것이다.
총리나 장관 고위직 후보자들을 보면 한결같이 본인이나 자식의 병역을 면제받고 값비싼 아파트와 농촌에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전입도 일상적이다.
검사가 100억원이 넘는 주식 차액 소득을 올리고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료로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뉴스도 낯설지 않다. 문제는 정상적으로는 신분상승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편법과 불법적인 방법으로 살아온 것이다.
나씨의 주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하철 구의역에서 가지고 있던 컵라면도 못먹고 일하다 죽은 젊은이에 대해서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내 자식은 아니라도 내 자식 일처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인가?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가 내 가족은 아니라도 내 가족의 일처럼 같이 슬퍼할 수 없는 이 사회 1%와 그 동조자들의 정서가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정한 사회였던가 하는 슬픔에 앞서 신분제 사회 현상과 함께 극도로 비인간화 되고 있는 이 사회가 두렵다.
권력의 비호 아래 자행되는 온갖 불법과 무자비한 범죄들은 이런 비인간적 사회현상의 발가벗은 모습이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것은 나씨와 같은 사람이 이 나라 교육정책을 총괄 기획하는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서 학생들을 개·돼지처럼 교육하려는 시도나 1% 특권층 자녀를 위한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사립대학교 정책과 누리과정 예산을 볼모로 시·도교육청을 옥죄는 정책이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오늘날 사회가 나향욱 기획관이 말하는 1%가 좌우하는 신분제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고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야 한다. 무너뜨려야 한다.
이를 이루는 길은 1%의 자각이 아니라 99% 민중의 저항이다. 이것이 신분제 사회를 넘어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로 바꾸는 길이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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