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이건, 피해자인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국가와 학교, 지역사회는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또한 학교폭력은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데 학교폭력의 복합적인 양상 때문에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춘기적인 심리가 학교 폭력에 대한 은폐성과 맹목성을 부추기고 있고,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 때문에 교육적 가치와 사법적 정의가 충돌하고 있으며, 자식을 보호하려는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 마음이 비이성적으로 대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이 매일 생활하고 지내는 가정환경, 교육환경, 사회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에서 인간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기권에 냉매를 살포하지만 오히려 치명적인 빙하기를 초래한다.

이 영화가 시사하고 있는 계급적 차별이나 생존을 위해 바퀴벌레를 먹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던 것은 인간의 오만함과 무지함이다.

반 생태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며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시스템 때문에 망가진 지구의 생태계를 단지 기술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함은 인간이 자연에게 가했던 폭력적인 방식이 인간에게 향하게 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음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너는 이런저런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 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이것은 대한민국의 어느 사교육업체가 내놓은 광고이다. 이 광고의 핵심은 “인생은 친구가 대신 해주지 않으니 닥치고 공부나 해” 즉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우정’이라는 단어를 멀리하라는 비정한 메시지이며, 옆에 있는 친구가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하더라도 성적을 위해 관심 갖지 말라는 처연한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 이슈를 통해 학교폭력을 바라볼 때 이렇게 비정할 정도로 삭막하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요구하며 공감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과연 좋은 친구관계, 아름다운 만남과 소통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또한 가까이 학교공동체에서 폭력이 일어났을 때 “폭력은 안돼”라고 외칠 수 있으며 자기보다 못한 친구들을 배려하고 동반자로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인간의 탐욕은 그대로 두고 기술적인 접근을 하고자하는 발상이나, 일찍부터 학생들을 성적으로 서열화하고, 그 서열로 개인의 존재성을 평가하고, 학교 공동체 안에서 전혀 인간적 신뢰나 친밀감을 나눌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인성이나 기질적인 문제로 접근해 상담이나 행정적 처벌, 비행 가능청소년과 위기청소년을 관리하는 것으로 학교 폭력을 예방하거나 근절시키는 것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 폭력을 어느 개인의 특정 요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청소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노력은 당연하다.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과의 공감, 나와 함께 호흡하고 삶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공감, 이러한 청소년들의 공감능력의 회복은 친화적 인간관계를 맺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 회복과 긍정적 자아개념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뭣이 중헌디”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