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건국절’은 위험하다2016-09-08 10:50:56
여울 김준기(시인. 전직 교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치사에서 이 날을 ‘68주기 건국절’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복절 3일전 청와대 오찬에 독립유공자 대표로 참석한 김영관(92) 옹이 1948년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정하자는 일부 주장이 부당하니 대통령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건의를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광복절 치사에서 거론한 것이다.
이에 180여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건국훈장을 반납하고 이후 정부의 광복절 행사를 일체 거부하는 범국민적 반대 투쟁을 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민적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이 주장을 박대통령은 왜 거론하고 나선 것일까?
‘1948년8월15일 대한민국 건국절’ 주장은 10여 년 전 일제식민역사관에 동조하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 이명박 정권 시기에 뉴라이트계열 학자와 정치인들에 의해 거론되고 박대통령이 이를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1919년4월11일 상해임시정부의 대한민국헌장 제정 선포일로 보느냐 1948년8월15일 광복절로 보느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논리의 핵심을 보면 일제식민사관에 근거한 1948년 건국절 주장은 식민지배 기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공식적으로 없었다는 논리이다.
국가로 인정하려면 기본적으로 영토와 국민과 주권이 있어야 하는데 주권을 행사할 정부가 없었기 때문으로 임시정부는 정식정부가 아니며 광복으로 주권을 찾고 국민의 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한 때가 건국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1919년을 건국시점으로 보는 주장은 비록 영토를 강제침탈 당했지만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13개 도민 대표들과 각개각층의 국민들이 참여해 정부를 수립하고 대한민국 헌장을 제정해 대내외에 선포하고 주권 회복을 위해 온 국민의 지지를 받아 독립투쟁을 함으로써 국가로서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쳤음은 국가로서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정신은 대한민국 제헌헌법 전문에 고스란히 담겨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1948년7월12일 제정 선포한 제헌헌법 전문은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적어서 1919년을 건국시점으로 1948년을 국가 재건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건국시점을 규정하는 주장은 역사를 대한민국사관 또는 민족사관으로 보느냐 일제식민사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빼앗긴 우리 영토와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쳐 투쟁해온 역사를 자랑스런 민족정신으로 이어받아 우리 역사의 실체로 받아들여 왔고 또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가르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정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독립기념일이나 혁명기념일을 국가 차원에서 지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건국절을 따로 정해 기념하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 건국절을 정하려 하는 움직임을 국민들은 의혹의 눈으로 보고 있다.
‘1948년 건국절’을 제정하면 해방 후 이승만 정권에 동참한 많은 권력자들이 일제식민정치에 참여했던 친일행적을 면하고 오히려 건국 유공자로 둔갑하게 되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혼이 담긴 임시정부의 역사가 대한민국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우려한다.
굳이 건국절이 필요하다면 우리 민족이 세운 최초의 국가이며 개국신화가 담긴 개천절을 건국이념의 상징으로 기념하고 축제를 펼친다면 민족사적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역사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혼이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망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역사학자는 우리 민족혼의 뿌리가 되는 고조선의 역사를 되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는데 살아있는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식민사관에 매달리는 일부 역사학자와 정치인들은 과연 어떤 학문적 성취와 정치적 업적으로 개인의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지 가슴이 아프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은 미국 상황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박근혜대통령입니다.”라고 갈파한 어느 정당대표 연설이 떠오른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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