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에 먹칠하는 ‘新萬金’ (우리말 함부로 쓰는 공공기관)2016-10-18 17:00:42
여울 김준기 (시인. 전 교장)
10월 9일은 570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한국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제정 반포한 세종대왕의 위업을 선양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려 문화민족으로서 국민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 날은 훈민정음 원본의 끝 글에 적힌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上澣)-세종 28년 9월’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 9일이 되는 날로서 그동안에는 1926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를 주축으로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삼아오다가 1932, 1933년에는 양력 10월 29일에 기념행사를 했으며, 1934~45년에는 10월 28일에 세종문화상을 시상하고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며 전국에서 학술대회와 백일장을 열었다.
한글을 기념하는 날을 제정하려는 노력은 이미 일제강점기 때 시작되었다.
일제의 조선말 말살 시도가 극에 달하던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매년 음력 9월 29일 행사를 거행해온 한글날은 2005년에 국경일로 승격되었으며, 한 때 공휴일이 많아 생산 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재계 여론에 밀려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한글학회 등 사회단체와 국민여론에 따라 2012년 12월 28일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다.
이처럼 한자문화에 찌든 시대에 태어나 사대주의에 천대받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겨레의 가슴에 뿌리내리고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온 국민의 이름까지 빼앗아가는 혹독한 조선말 말살 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마침내 세계적인 글말로 우뚝 선 한글이 이제 세계화의 문턱에서 새로운 시련을 겪고 있다.
소위 지구촌 시대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밀려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범람과 우리말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 부족으로 국민 언어생활이 크게 오염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밀려오는 외래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우리말을 세계어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세우는 것이다.
혹독한 일제의 창씨개명에도 우리 이름을 지켜냈듯이 온갖 외국어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글의 힘을 더욱 북돋아 세계어를 앞질러 가야 한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한글을 나랏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대학에 한국어학과를 열어 한국말글이 퍼져가고 있음은 우리 한말글의 밝은 미래요 희망이다.
한 나라 또는 민족의 문화는 그들의 말과 글을 바탕으로 후손에 이어지고 세상에 퍼져 드디어 세계문화를 이룬다. 우리 문화가 다양한 세계 문화 속에 한 문화로 함께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북돋아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우리 말글생활을 바르고 아름답게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우리 고장 새만금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든다.
그들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에 ‘새만금’을 ‘新萬金’이라고 써놓은 것은 국민적으로 부끄러운 꼴이다. 중국 관광객을 위한 배려처럼 보이지만 잘못이다. 영어로도
‘newmangum'이라고 쓰지 않는다. 흔했던 옛 이름 ’돌쇠‘를 ’石金‘이라고 쓸텐가? 고유명사는 뜻이 아니라 소리대로 적어야 한다.
한 개인의 가게 이름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아직도 이런 부끄러운 꼴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 말글 속에 우리 얼이 산다. 국가의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앞서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만 한글로 쓸게 아니라 시·도의원 배지도 한글로 바꾸고 관공서의 한자 간판도 하루속히 우리글자로 바꾸어야 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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