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새해에는 가슴이 따뜻한 촛불을 켜자2017-01-02 09:37:25
여울 김준기(시인. 전 교장)
한 해가 저물어가는 광화문 광장에서 밝혀진 촛불이 온 나라로 들불처럼 퍼져 뜨거운 촛불이 강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세계 역사에서도 이처럼 거대한 촛불의 함성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이처럼 웅혼한 평화의 행진을 보았는가!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의 촛불 광장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화 발전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이러한 한국의 현상을 촛불 혁명이 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입 바람만 훅 불어도 꺼질 것 같은 이 작은 촛불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창 밖 잔잔하게 흐르는 미풍에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가녀린 촛불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새 생명이 태어나는 날 부모는 이 어린 생명이 온 누리의 축복을 받으며 자라기를 기원하며 촛불을 밝히고 기도한다.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혼인마당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청사초롱을 밝힌다. 그리고 삶이 다하여 우리 곁을 떠나는 이를 위하여 우리는 촛불을 밝힌다. 그의 삶에 존경과 위로를 보내고 영생의 길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들 촛불에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가장 가치로운 진실이 담겨 있다. 진실은 약한 이와 힘 있는 이를 구별하지 않고 병든 이와 건강한 이를 구별하지 않고 귀한 사람과 미천한 이의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가난한 이와 많이 가진 이를 차별하지 않고 권력으로 힘 있는 이와 힘없는 이를 차별하지 않고 명예로 얻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이와 낮은 곳에 있는 이를 차별하지 않는다. 오직 평등한 생명의 존재임을 사랑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
광화문의 촛불은 어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광화문의 촛불은 거짓에 대한 진실의 징벌이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일정기간 위임 받은 것이다. 이를 마치 자신이 권력의 주체인양 함부로 휘두르면 국민들은 잠시 맡겼던 권력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광화문 촛불은 그 권력을 회수하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이 나라 대통령은 거짓과 오만과 독선이 가득한 자신의 실체를 반무당의 신비주의와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위선으로 포장하여 국민들을 속이는 교활한 정치 술수를 부려왔다.
한갓 민간인이 대를 이어 대통령 뒤에 숨어서 국정을 어지럽히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 도덕을 타락시켜 마침내 국민들의 정신적 가치체계까지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제 국민은 대통령의 가면 뒷모습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탄식은 ‘이게 대통령이냐’로 귀결된다.
인간은 선과 악을 같이 지닌 사회적 동물이다. 살면서 온갖 유혹에 휩쓸리기도 한다. 허영과 허욕과 사리사욕과 권력욕과 명예욕과 위선의 미망에 빠져 고귀한 삶을 망쳐버리는 어리석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권력자가 권력의 함정에 빠지면 그 피해는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광장의 촛불은 이 위선의 미망에 빠진 어리석음을 밝은 빛 속으로 끌어내어 아픔을 치유하고 온전한 가치를 바로 세우려는 것이다.
광장의 촛불은 진실만을 용서한다. 잊었던 부끄러움을 알게 한다. 가엾은 이의 불쌍함을 느끼고 함께 슬퍼하게 하고 때로는 함께 기뻐하고 함께 분노하게 한다.
힘없는 이에게 용기와 격려의 촛불을,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의 촛불을,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가진 것이 적은 이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촛불을, 이웃에게 공감의 촛불을, 그리고 테레사에게 이태석에게 노송동의 숨은 천사에게 감동의 촛불을 바치자.
새해 2017년 에는 오늘의 이 부끄러운 사회를 넘어 온 누리에 공감과 감동이 사랑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 수 있게 하자.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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