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여민해락(與民偕樂)2017-01-23 09:12:10
오현 수필가
정치가 세상의 뉴스거리로 독점되고 있다. 정치문제로 해가 지고 날이 샌다. “좋은 정치는 국민이 정치의 존재를 잊고 사는 상태”라는 말이 여운을 남긴다. 작금의 정치권 모습은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인의와 덕을 통한 왕도정치를 주장한 맹자도 정치의 주체로서 백성을 강조한다. 백성이 빠진 정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런 사상을 엿보게 하는 일화가 맹자의 양혜왕 편에 보인다.
어느 날 양혜왕은 기러기가 날고 사슴이 뛰노는 정원을 돌아보며 옛날의 현자들도 이런 것을 즐겼냐고 묻는다.
맹자는 현자라야 이런 것을 즐길 수 있지만 현자가 아니면 즐길 수 없다면서 백성들과 함께 했기에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성과 함께 즐길 줄 아는 것이 성군이라는 맹자의 말을 떠올려볼 때 지금의 정치는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을 하지 않아 신뢰를 얻기에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생존위협이 되는 안보위기 속에서 산적한 개혁과제를 안고 있지만 한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모여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중 무리지어 핀 꽃무더기가 더욱 아름답다. 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수천만송이 꽃으로 무장한 쑥부쟁이의 군무는 크기를 갈음할 수 없는 거대한 수채화다.
안도현 시인은 ‘무식한 놈’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고.
연을 끊는다니 참 무섭다. 끊을 땐 끊더라도 쑥부쟁이는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쑥부쟁이는 잡초다. 민중과 애환을 함께 한 풀이니 민조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유독 쑥부쟁이가 눈에 밟힌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박근혜와 최순실을 우리는 구별하지 못했다. 들판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 꽃이 마치 촛불의 일렁임으로 다가서고 있다.
된서리가 내린 늦가을에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며 수천만 송이 꽃을 피워 올린 저 인내와 끈기가 촛불집회의 민중과 같다.
쏙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민초들이 간절히 원하는 그것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부정한 권력의 최후를 기다리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그리워한다.
촛불 너머 그 세상을 위해 모이는 군중의 함성과 노랫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있다 적절한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면서 암울했던 80년대의 시대상황을 표현했던 아침이슬, 타는 목마름의 노래가 다시 회상된다.
젊은 층에는 생소할 것 같은 이 노래가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오늘날에도 울려 퍼지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촛불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의 장이다. 탄핵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지켜야 하는 민주주의든 아니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든 이런 노래를 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하다.
백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민해락(與民偕樂)의 본성을 되찾길 바란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