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대포동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긴급뉴스가 아침을 깨웠다. 이 아침에 이 원고를 쓸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 추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분석없이 책상에 앉았다. 착잡하다.

 목적이 어떤 것이었든지 잘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평화적으로 접근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 가운데 있다. 어떤 위험한 시도라도 우리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번 일이 결과적으로 그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북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기대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북으로서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국면을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세계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는데 결고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특히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반인간적인 것인가를 뼈아프게 경험했기에 어떤 위험한 도전도, 어떤 위험한 응전도 동의할 수 없다.

 화해! 평화! 우리가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가를 나는 또 다시 확인하였다.

‘6?15 공동선언 6돌 기념 민족대축전’이 지난 6월 14일부터 4일동안 광주-전남 지역에서 열렸었다. 때마침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담도 열리게 됐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 교통이 통제되곤 했다. 일상에 불편이 따를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6?15 민족대축제’ 행사 행렬이 시가를 여러번 지나갔다. 자동차 행렬은 길었다. 그리고 무척 저속이었다. 시민들은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차창을 통해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아주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청년,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과 유치원에나 다닐 법한 아이들까지도 손을 흔든다. 환영이다. 화해! 평화! 를 부르는 손 짓이리라. 전쟁을 반대하는 몸부림이리라. 비가 왔다. 나는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답을 보냈다. “반갑습니다!” 맑은 목소리가 비를 뚫고 내 귀에 박힌다. 오래토록 메아리를 일으켰다. 우리의 소망이 거기 담겨 있으리라. 그것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택시를 탈 때마다 교통통제 때문에 불편치 않으냐고 물었다. 이만한 불편이야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답을 쉽게 들었다. 오히려 광주에서 이런 행사가 있게 된 것이 광주가 민주와 통일의 성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뽐낸다.

 5?18 때의 일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기사도 있었다. 자기도 총을 들고 이른바 진압군에 맞서 싸웠었다고 했다. 무서웠었다고,, 그러나 그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러나 식구들이 걱정되어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가고 말았었다는 이야기를 오래 늘어놓는다. 5?18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처럼 경청해 주었다. 광주시민의 자긍심이리라! 긍지이리라!

 이 자긍심과 긍지는 광주시민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루어 냈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 6?25 전쟁이 남긴 폐허에 오늘을 일구어냈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 아니, 강대국의 틈 사이에서 스스로 반세기의 냉전체제를 깨고 화해와 통일로, 평화와 공영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에 유래가 없다. 우리가 이루어낸 일들이다. 자긍할만하지 않은가! 긍지를 가질 만하지 않은가!
 
 이 새벽은 미사일이 날아나는 국면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어코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어내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지혜와 힘을 모으면 분명히 그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쟁은 악이다. 전쟁은 비극이다. 전쟁은 재앙이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